[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제목이 '웅남이'인데 보면 볼수록 웅남이의 서사가 도통 궁금하지 않다. 도대체 관객들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 되묻고 싶은 '웅남이'다.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로, 개그맨 박성광의 상업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예술학을 전공한 박성광은 2011년 초단편영화 '욕'을 연출했고, 2017년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제 11회 세계서울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회 미추홀필름페스티벌 연출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박성웅과 최민수, 이이경, 윤제문, 오달수, 염혜란 등 연기파 배우들이 '웅남이' 라인업을 완성해 큰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종복 기술원에서 비밀리에 관리하던 쌍둥이 반달곰이 사라지고 이들을 수색하던 과학자 나복천(오달수 분)이 사람이 된 반달곰 중 한 아이를 발견해 자식으로 키우게 된다. 그가 바로 나웅남(박성웅 분)이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얼마 남지 않은 곰의 수명을 우연히 알게 된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빈둥빈둥 곰생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자신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생긴 테러 조직의 2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 장경숙(염혜란 분)의 소원인 경찰 복귀를 위해 형사 오일곤(윤제문 분), 구독자 10명의 유튜버이자 유일한 친구 말봉(이이경 분)과 함께 국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공조 수사대에 합류하게 된다.
시작은 단군 신화의 느낌을 담아낸 애니메이션으로 유쾌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겨울잠을 자는 곰의 특성을 엄마와의 특별한 케미로 녹여낼 뿐만 아니라 말봉의 아르바이트를 도와주는 웅남의 나름 평범한 일상도 재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후 테러 조직이 등장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끝까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는 전개와 어디 하나 웃기지 않는 구식의 개그로 한숨을 자아낸다. 공조 수사대에 합류한 웅남과 범죄 조직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액션을 하는 정학의 이야기는 마치 다른 두 개의 극을 보는 듯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논다. 그러다 보니 후반 두 인물이 마주 하는 장면에선 그 어떤 감흥도 느낄 수가 없다.
개그맨이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웃기려 하지 않고 드라마에 집중하려 했다는 박성광 감독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엉성한 서사와 빵 터지는 건 고사하고 '피식'조차 할 수도 없는 개그감이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울 정도다. 박성웅, 최민수, 이이경, 오달수, 윤제문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뭉쳤음에도, 그들의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생겨 오히려 당황스럽다. 그야말로 '재능 낭비'다.
그나마 엄마 역의 염혜란이 있어 숨구멍이 트인다. 최근 '더 글로리'에서 또 한번 인생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든 염혜란은 아들이 된 박성웅과 찰떡 호흡을 완성하며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준다. 염혜란만 나오면 몰입도가 확 올라가는 마법이 '웅남이'에서도 펼쳐진다. 그렇기에 염혜란의 짧은 분량이 아쉽기만 한 '웅남이'다.
3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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