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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뉴트로는 아메리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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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때 그 시절을 재현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대세 걸그룹 뉴진스의 긴 생머리와 와이드 팬츠는 대략 10년 전 걸그룹인 핑클과 SES의 인기를 재현하듯, 요즘 통 넓은 배기팬츠, 오버사이즈 셔츠, 치마요 스웨터, 어글리 슈즈, 팀버랜드 신발 등이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 소개된 영화 '20세기 소녀'는 1999년부터 또 다른 한 세기의 시작인 2000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풋풋한 첫사랑을 연상케 하며 영화 '건축학 개론',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섞어 논 듯한 청량 영화다.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연도의 끝 두 자리 수만 인식하다 보니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할 수 있기에 Y는 year, K는 1000을 뜻하는 킬로(kilo)로 'Y2K'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Y2K 패션'은 뉴트로(newtro) 패션을 뜻하는 패션용어이기도 하다.

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가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샤넬 뷰티 N°1 DE CHANEL GARDEN 오픈 기념 포토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2000~2010년에 소녀시대의 '지(Gee)'가 스키니 진의 열풍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뉴진스의 와이드 팬츠가 대세다. 이러한 뉴트로 열풍 때문에 '아메리카지(americazi)'라는 표현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아메리칸 캐주얼(American Causal)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용어로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일하기 편한 복장인 워크웨어(workwear)가 크게 유행한 덕분에 생겼다. 주머니가 많은 치노팬츠, 통 큰 청바지, 오버핏의 넉넉한 상의가 아메리카지 패션의 대표 아이템이다.

아메리칸 캐주얼은 워크웨어 뿐만 아니라 아이비룩까지 포함 된다. 미국 명문대를 의미하는 Ivy단어를 사용한 룩은 폴로셔츠, 옥스퍼드 셔츠, 케이블 니트 스웨터, 치마요 조끼 같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정한 느낌의 편안한 룩이 특징이다. 이 룩은 미국 동부 사립 고등학교(preparatory school)의 학생들 복장에서 시작되어 프래피 룩(preppy look)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마요(Chimayo)는 오르테가(Ortega) 패턴이라고도 불리는 유니크한 짜임 문양을 말하며 치마요와 오르테가는 모두 지명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Love Is Blind (Season 3)'을 보다 보면 한 여자 출연자가 "I am trying to look outdoorsy. might end up looking a little Crocodile Dundee though.(스포티한 룩을 연출해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 크로커다일 던디처럼 보일 수도 있겠어)"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outdoorsy는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이라는 의미로 활발한 느낌의 스포티한 룩을 의미한다. 'Crocodile Dundee'는 1986년에 미국에서 방영된 코미디 영화 제목으로 전형적인 시골 사나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덕분에 Crocodile Dundee는 다소 촌스러운 스포티한 느낌의 룩을 뜻하는 의미가 되었다.

아메리카지에는 또한 웨스턴 웨어(Western wear)도 포함 되며 서부 개척 시대에 인디언을 모티브로 하여 웨스턴 셔츠(western shirt), 치마요 베스트(Chimayo vest), 웨스턴 햇(western hat)등이 웨스턴 웨어의 대표적인 아이템들이다.

그 시절 옷들이 다시 핫한 아이템으로 돌아와 진열된 걸 볼 때면 "내가 이런 올드한 패션을 또 언제 입을까?"싶어 버린 옷과 신발들이 가끔 생각나곤 하다.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패션 디자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시작은 언제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새로운 패브릭과 창의적인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만나 점차 진화하면서 패션이 서서히 돌고 있는 듯하다.

"Good fashion is evolution, not revolution." — Pierre Cardin

"좋은 패션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다." — 피에르 가르뎅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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