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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블랙핑크 'Shut Down'vs파가니니 '라 캄파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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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따르면 동양에는 주로 훌륭한 연주가가 많고, 유럽에는 훌륭한 작곡가가 많다고 한다. 클래식 작곡가들을 보면 17세기의 바하(독일)를 시작으로 모차르트(오스트리아), 베토벤(독일), 파가니니(헝가리), 슈베르트(오스트리아), 쇼팽(폴란드), 리스트(헝가리), 차이코프스키(러시아), 라흐마니노프(러시아)등 18세기와 19세기의 작곡가들은 모두 유럽 태생이다.

블랙핑크의 'Shut Down'에 삽입된 바이올린 곡인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 1840)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어인 라 캄파넬라는 영어로 'The Bell'을 의미하며 높은 음역대가 마치 종소리를 연상케 한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사진=뮤직비디오 캡쳐]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사진=뮤직비디오 캡쳐]

이 멜로디와 리듬은 어디선가 피아노곡으로도 들은 듯하다. 헝가리 태생 피아니스트인 리스트(Franz Liszt:1811-1866)는 이탈리아 출신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의 연주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 바이올린과 같은 연주 기법을 피아노에 도입하고자 했다. 수개월 동안의 혹독한 연습 끝에 '라 캄파넬라'의 피아노 버전을 리스트가 작곡한 것이다. 오른 손이 피아노 고음 옥타브를 빠르게 반복하며 종소리 같은 소리를 내야 하기에 악보만 봐서는 두 개의 손으로는 연주가 불가능 하다고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리스트는 '리스토마니아(Liszt+ mania = Lisztomania)'라는 용어를 만들며 19세기에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피아노 연주자의 정면 얼굴이 보이는 좌석이 A석이였다. 하지만 리스트는 자신의 현란한 연주기법을 보여 주기 위해 연주자의 옆모습이 보이는 좌석을 A석으로 바꾸어 놓았다.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가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걸 그룹으로는 1위에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Shut Down' 무비 초반부터 블핑의 멤버들은 반다나(bandanna)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다. 반다나는 '묶다'라는 뜻을 가진 범어(梵語)인 인도 고전어로에서 유래하였으며 전통적인 페이즐리(paisley) 디자인은 인도 직물에서 유래했다. 페이즐리는 스코틀랜드의 지방 이름이기도 한데, 이 지방에서 생산된 숄이 이러한 문양 지니고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반다나는 얼굴 뿐만 아니라 머리, 목, 다리,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포인트를 주는 소품으로 애용 된다.

뮤비에서 리사가 입은 흑백 카무플라주 재킷(black and white camouflage jacket)은 군복의 문양을 하고 있다. 주로 초록색이나 카키색으로 숲에서 안 보이도록 디자인 되어 camouflage 즉 '위장하다, 감추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야전 점퍼를 짧게 camo jacket이라고도 한다. 지수 역시 군화를 연상케 하는 블랙 컴뱃부츠(combat boots)를 신고 등장한다. 브랜드 명이 특정 신발을 대표하며 일반 명사화 된 예로는 여름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크록스(Crocs)와 겨울이면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어그 부츠(Uggs)가 있다. Doc Martens이라는 신발 회사는 Dr. Martens, Docs, 또는 DMs라고도 불리며 컴팻부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Shut Down'은 화려한 의상만큼이나 가사에 럭셔리한 은유적 표현이 많이 사용 되었다. 'pedal we go two zero five (205로 페달을 밟아)'에서의 205는 330km을 의미하며 이는 람보르기니 최대 시속을 말한다. '초록 비를 내려'의 초록색은 달러 지폐인 돈을 의미한다. 또한 후렴구에 반복하는 'whip it'은 주로 고가의 차들을 모는 소리를 나타내며 그들의 화려한 행보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종소리보다 스웩 넘치는 19세기 작곡된 현란한 현악기 곡인 '라 캄파넬라'가 몇 세기를 앞서간 곡처럼 들린다. 주변을 ‘Shut Down’하게 만들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K 팝의 힘찬 행보를 응원한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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