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열린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동의 영화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이 끝나지 않는 잔잔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아가씨'로 세상을 놀라게 한 후 6년 만에 돌아 온 그의 작품이 15세 관람가라는 것이 의외였지만 이 영화를 완벽히 감상하고 이해하기에는 역시 18세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올드 보이' '박쥐' '복수는 나의 것' 같은 그의 대표작들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오랫동안 잔잔한 자극을 더한다.
영화는 남편을 죽인 송서래(탕웨이 분)를 쫓는 형사 장해준(박해일 분)이 보여주는 알 듯 말 듯 한 감정의 변화가 2시간 20분 정도의 긴 러닝 타임을 가득 채운다. 행동, 표정, 대사, 모두 놓칠 수 없을 만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자극한다.
영화 속 안개처럼 희미한 줄거리와 탕웨이의 옷 색상이 감정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서래는 신호등의 세가지 색인 빨강, 녹색, 노랑을 기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폭행을 당하거나, 살인관련 장면에서는 강렬한 붉은 계열의 의상을, 해준이 요리를 해 주는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노란색 실크 옷감인 벨루어(velour) 블라우스를, 바닷가 신에서는 녹색도 파란색도 아닌 청록색 의상을 입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다고 했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되었다"라는 명대사를 할 당시 역시 청록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청록색은 해준이 전 남편을 수사 할 당시 "청록색 캡슐을 권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도 언급되며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청록색은 흔히 blue green이라고 명칭하고 이러한 색을 만드는 안료인 비리디언(viridian)을 사용하기도 한다. 붉은색 의상 역시 주홍색(vermilion)인지, 진홍색(crimson)인지 명확하지 않은 색으로 확실하지 않은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자 한 듯 보인다.
안개가 가득한 이포라는 곳에서 제 2막이 시작되었고 초록색과 흙색의 산에서 시작된 만남이 헤어질 결심으로 서서히 향하며 푸른색 빛 바다로 이어졌다. 그녀의 의상이 보여준 색의 조합은 헤어지지 못할 것 같은 갈등을 보여주는 듯 느껴졌다. 색상의 절묘한 연출이 영화를 감상의 재미를 한층 더했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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