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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사적 복수는 옳은가" 연상호·탁재영이 강조한 '돼지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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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이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영화가 극장에 걸린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학교폭력,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통해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는 시청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사적 복수는 정당한가요?"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드라마다. 조이뉴스24는 최근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를 온라인으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극 중 황경민(김동욱)은 어렸을 적 아픔을 잊고 살다 우연한 계기로 트라우마가 발현돼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던 이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황경민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함께 폭력을 당했던 정종석(김성규)은 사적 복수를 시작한 황경민의 부름을 받고 아픈 기억을 꺼냈다.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영화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던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기획 단계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는 "처음 기획할 때부터 한국 계급사회가 가진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이었다"라며 "황경민의 복수의 칼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등분처럼 돼 보이지만,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다"라면서 황경민과 극 중 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계급사회, 위계 사회, 성과주의가 보여주는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평소 연상호 감독과 친분이 있었던 탁재영 작가는 그에게 제안을 먼저 받으면서 드라마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는 폭력의 피해로 현재 피폐해진 삶을 사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구조였다. 탁재영 작가는 이를 각색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과거에 당했던 상처들이 현재 성인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다뤄보는 것에 중점을 뒀다.

연상호 감독 또한 탁재영 작가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그는 "사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다. 그것을 회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인데 드라마화가 되기 위해서는 원작 이상의 강력한 장르가 더해지는 획기적인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 것들이 일종의 복수극, 연쇄살인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현재의 드라마 방향에 만족한다고 첨언했다.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메인 포스터 [사진=티빙]

드라마는 학교폭력을 가했던 인물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이와 관련된 일화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급 내 다수에게 '폭력을 당했다'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보다, 안정희(최광제, 아역 송승환)가 황경민에게 저지른 만행, 강민(오민석, 아역 문성현)이 같은 반 아이들을 어떻게 휘두르고 우두머리 행동했는지, 담임 선생님인 최석기(이경영)은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음에도 무시하고 정종석의 자존감을 짓밟는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황경민과 정종석이 당한 피해는 사실적인 것을 넘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안정희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하며 서른 명이 넘게 있는 교실에서 따귀를 거세게 맞고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게 시키면서 안정희와 그의 아이들은 웃고 황경민은 좌절하고 정종석은 분노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는 황경민과 같은 교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다.

탁재영 작가는 이런 폭력 과정들을 상세하게 표현한 것에 "시청자가 이해되고 몰입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폭력의 수위가 세세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황경민이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전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OTT로 넘어오면서 자기검열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이기 때문에 솔직함, 진솔함에서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울림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주는 느낌들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라며 "날 것 같은 느낌을 어떻게 낼 것인가의 고민으로 지금 같은 폭력 수위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높은 폭력 수위가 원작을 살리는 방향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연상호 감독이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원작에서 황경민은 폭행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폭행하고 살해까지 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과거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다 트라우마가 발현돼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탁재영 작가는 원작과 캐릭터 설정을 다르게 한 이유에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에 만족스럽고 행복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 과거의 트라우마가 깨어나 복수를 한다는 게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에서 설정된 황경민의 모습 중 아내와 행복해 보이지만, 생사의 고비에 서 있는 아버지 앞에서 보여줬던 진짜 내면처럼 잔잔해 보이지만 속에선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설정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뒤틀린 남성성이 갖는 비극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진아(채정안) 형사의 눈으로 묵도하게끔 하는 구성이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강진아 형사는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 황경민, 정종석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 그가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파헤치면서 객관적인 입장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탁재영 작가는 강진아 형사 캐릭터를 만든 이유에 "깊이는 아니더라도 극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것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형사 내에서 계급과 차별이 생기지만, 강진아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진실을 찾는 모습을 통해 "다른 인물 군상의 차별이 있다. 강진아로 다른 결을 느끼시고 '돼지의 왕'에서 던져주는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탁재영 작가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중학생이라곤 이해되지 않는 안정희의 만행, 이를 똑같이 되갚아 준 어른 황경민. 극에서만 허용되는 사적 복수를 통해 작품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탁재영 작가는 "작품이 진행될수록 사적 복수를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도 학폭 피해를 받았던 아이들이 또 다른 가해자를 이겨내기 위해 가하는 방식이 옳은가의 메시지를 던진다. 현재 성인에게도 연결이 되면서 성인들의 복수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중후반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 또한 "가해자를 비판하는 내용보다 더 복잡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게 '돼지의 왕'"이라며 "극 후반부로 갈수록 황경민의 복수의 칼날이 어디로 향하고, 어떤 지점을 행해야 하는 가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관전 요소를 함께 짚었다.

이제 반환점을 돈 '돼지의 왕'. 최근 공개된 6회에서 황경민은 사회적 지위를 중요시하는 강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극, 결국 강민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수많은 가해자가 남았고 황경민과 정종석의 정신적 지주인 김철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았다. 사적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황경민의 질주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마지막까지 지켜봄 직하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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