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서 정말 제 꿈을 이뤘죠."
늦깍이 트로트 가수 하진필(황보환)이 그토록 서고 싶었던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에 섰다. 아내를 향한 절절한 마음, 제2의 인생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불렀던 '고맙소'. 울컥하며 음이탈 실수를 했지만, 사람들은 '실수'가 아닌 그 '마음'을 들여다줘봤다. '고맙소'의 원작자 조항조는 "제 노래지만 감명 깊은 무대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진필은 외국계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베테랑 보험설계사이자 신인 트로트 가수다. 2016년 '난 당신 편이야'를 발표한 그는 지난 1일 '아침마당'으로 생애 첫 공중파 생방송 무대에 섰다. 방송 후 반응이 뜨겁다. 하진필의 '고맙소' 무대는 곰TV에서 3만뷰에 육박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쟁쟁했던 출연자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1위다.
하진필은 "'아침마당'의 파급력을 느꼈다"라며 "실수와 목 컨디션으로 인한 아쉬움도 있지만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활짝 웃었다.
◆ "'고맙소' 노래하며 아내 생각에 울컥…'아침마당'은 꿈의 무대"
하진필이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 문을 두드린 건 2년 반 전이었다. 직접 사연을 담아 꾸준히 신청을 했던 그는 얼마 전 갑작스럽게 출연 연락을 받았다. 평소 18번이던 이용의 '바람이려오'와 남진의 '빈잔', 그리고 조항조의 '고맙소' 세 곡을 준비했다. '고맙소'는 김호중이 부른 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노래로, 평소 불러본 적이 없던 노래이기도 했다.
오래토록 기다렸던 '아침마당' 출연을 앞두고 고비도 있었다. 목 컨디션이 나빠져 병원을 찾았고 주사를 맞았다. 하진필은 "'아침마당' 섭외 연락이 오기 전날, 고교 동문들과 만들어 활동 중인 '청운령 트리오'로 유튜브 생방송 라이브 공연을 3시간 했다. 미리 정해진 약속이라 취소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제작진, 출연진과 함께한 사전 미팅에서도 목 컨디션은 최상은 아니었다. 아쉬움 가득한 상태에서 '고맙소'를 부르자, 함께한 친구들은 '감동적이다'고 했다. 가슴 떨렸던 생방송 무대, 하진필은 그날의 순간 순간을 기억했다.
"1절에 음이탈을 했는데 까마득 해졌어요. 집에서 연습할 때도 '고맙소'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생방송에서 이러면 큰일인데' 싶었죠. 앞이 캄캄해졌지만 이겨내고 불렀어요. 2절에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하는데 그 때부터 와이프 생각이 났어요.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 가사에서 제가 못했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눈물이 나오는걸 억누르고 불렀는데 결국 '긴세월'이라는 가사를 잊었죠. 정작 듣는 사람들은 잘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하진필은 이날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순위보다 값진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원곡자인 조항조가 즉석에서 "제가 원래 '고맙소'를 부르기로 했는데 왜 피디님이 못하게 했는지 알것 같다. 워낙 후배들이 잘하기 때문"이라고 칭찬을 한 것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아침마당' 출연을 하며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특히 그는 "블랙핑크 로제 아버지가 고교 선배다. 제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아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고 격려를 해줬다. 덕분에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침마당'에 출연한다고 이야기를 거의 못 했는데, 연락이 엄청 왔어요. 방송 출연하고 있는 와중에 대학선배가 '보환 후배와 아주 비슷한 하진필이라는 가수가 노래를 하네'라고 연락이 왔고, 초등학교 은사와 교회 장로님도 연락을 했어요. 이날 방송 시청률이 10.8%가 나왔는데, 그 파급력을 몸소 체험했죠."
하진필은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수 있다"라며 "감정에 북받치지 않고 좋은 무대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웃었다.
◆ "2016년 큰 수술 계기로 트로트 가수 도전, 제2의 인생 선물 받았다"
하진필은 20년 넘게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 중인 보험설계사로, 트로트 가수로는 늦게 첫발을 뗐다. 자신의 영역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던 직장인이 왜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게 됐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진필에게 노래는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던 꿈이었다. 연세대학교 84학번인 그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했고, 연세대학교 100주년을 기념해 연세글리클럽이 조직됐을 때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합창단원 활동을 하며 꾸준히 노래해왔다.
하진필이 트로트 가수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건, 2014년 큰 수술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종합검진을 하다가 췌장에서 종양이 발견됐어요. 암일 확률이 높고 수술을 해서 조직 검사를 해야 된다고 했어요. 수술이 잘되도 후유증이 크다고 했어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나.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좋은 일 하면서 살겠다'고 했어요. 다행히 조직 검사 결과 악성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었죠. 그 때 제 나이 48살이었는데, 제2의 인생을 선물 받았고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진필은 2016년 '난 당신 편이야'로 데뷔하게 됐다. 그는 "노래 제목만 듣고도 좋았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가사를 보는데 또 눈물이 났다"라고 떠올렸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녹음도 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컸다.
"와이프가 차 안에서 데모 CD를 보고 와이프가 '싫다'고 했어요. 한참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의 고등학생 딸도 반대를 했어요. 제 노래를 갖고 알음알음 행사를 다녔죠. 다른 사람들은 아는데, 와이프와 딸만 모르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돌이켜보면 포기를 안 해서 다행이에요."
하진필은 '아침마당' 출연 후 딸에게는 자신의 출연 영상을 보여줬는데, 정작 아내에게는 그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와이프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될 때까지 설득하고 싶어요. 내 진심이 전달될 때까지, 나의 노래로 사랑하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아침마당'에서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하라고 해서 평소 부르던 아내의 이름 '영희야'가 튀어나왔어요. 앞으로는 정말 가족의 응원을 받고 싶어요."
하진필은 직장 생활과 가수를 병행하며 활동할 생각이다. 미발표곡도 있다는 그는 "내 노래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조항조의 '고맙소', 임영웅의 '별빛같은 나의 사랑아' 같은 노래로 저 역시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앞으로 봉사하며, 노래로 치유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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