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괴요일', '괴물러'라는 신조어를 양산할 정도로 마니아 층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괴물'. 16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심나연 감독에게도 '괴물'은 굉장히 남다른 의미의 작품으로 기억된다.
최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은 21년 전 만양에서 벌어진 '이유연 사망 사건'을 둘러싼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추적을 담은 스릴러 드라마다.
'누가 범인인가'에만 머물지 않고 '왜' 이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추적하는 동시에 남겨진 피해자들의 상처에 집중해 장르물의 틀을 깬 수작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 중심에는 배우 신하균과 여진구가 있었다. 신하균과 여진구는 각각 이동식과 한주원 역을 맡아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으로서의 심리를 세밀하게 연기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연출, 극본 역시 완벽했다. 특히 심나연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묘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표현해냈다. 이에 '괴물'은 오는 13일 열리는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 작품상·연출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스스로도 '괴물'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하는 심나연 감독은 종영 인터뷰를 통해 뜨거운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방송을 무사히 마친 소감은?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홀가분하고 이렇게 회자가 되니까 벅차다."
- '괴물' 대본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어떠했나.
"가장 직관적으로 봤을 떄 재미있는 대본에 흥미를 가지는데 재미있었다. 작가님이 너무 잘 써놓으셔서 수정이 거의 필요없었다 배우들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그 안의 표현들이 한권의 소설책을 읽듯이 그려져서 연출을 하고 싶었다."
- '괴물'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나. 또 작품을 마친 후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인물 하나하나가 비정상인, 그러면서도 모여 사는 집합체다.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동식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도록 괴물들이 20년 동안 삶을 망가뜨려왔다고 느껴졌다. 마친 후에는 이 마을이 괴물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연기 괴물로 느껴질 정도로 완벽했는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또 같이 작업을 한 소감은 어떠한가.
"신하균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이 사람이 동식을 해줘야 슬픈 웃음, 그런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팬이기도 했고,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서 제안을 드렸다. 대본을 재미있게 읽으셔서 캐스팅이 됐다. 여진구도 스릴러로 만나면 매력있을 거라 생각했고, 좋은 대본 덕분에 캐스팅이 됐다. 주위에서 이 두 분이 인성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선함이 가득하다. 정말 존경스럽다. 연기 내공, 집중도가 완벽해서 두 사람에게 신경을 안 쓰고 연출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나 좋았다."
- 전작과는 다른 장르였는데 어떻게 접근을 했나.
"준비를 할 때 다르게 미술, 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르게 접근을 했다. 스릴러적인 기본 요소는 무엇일까 싶어서 '시그널', '비밀의 숲'도 많이 봤다. 어떤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지 알아보기도 했다."
- 동식과 주원이 닮아가는 결말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1회부터 8회까지는 주원이 동식을 의식하면서도, 집착하는 면들이 있어 대치를 한다면 9회부터는 틈을 열어주는 부분을 연기적으로 넣었다. 닮아간다기 보다는 서로에게 공감이 된 거다. 안쓰러운 감정이었고, 결국 엔딩에 슬프게 표현을 하게 됐다."
- 떡밥의 대향연이었던 작품인데, 배우들은 어느 정도 알고 연기를 했나.
"작가님이 스토리라인은 얘기를 해주셔서 앞으로 어떨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유가 되어 있었다. 떡밥을 던져도 회수할 수 있고, 배우들은 어느 정도 알고 연기할 수 있도록 작가님이 배려를 해주셨다. 감사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드라마 초반부 한주원 캐릭터는 자칫하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었다. 주원이 왜 이렇게 만양 살인사건에 집착하고 동식을 몰아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연출자로서도 그 선을 고민했을 것 같다.
"고민이 있었다. 작가님, 배우와도 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저희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잘못된 길로 가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 세우면서 정의를 향해 가는 주원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을 때 마음이 안 좋았는데 여진구가 차라리 집착하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뒤에 달라진 모습이 완전히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분명 한주원을 이해할거라고, 배우가 그런 부분을 흔들리지 않고 잘 잡고 갔다. 16회까지 갔을 때 '이렇게 연구를 했구나'를 새삼 느꼈다."
- 제작발표회 당시 '마니아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나.
"과분한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저는 둘째 치고 스태프들, 배우들과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집중을 해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족을 넘어서 감사하다. 더 연출을 똑바로 잘해야겠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 꾸준한 고정 시청층이 유지됐고,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괴물'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허성태, 길혜연 등 모든 배우들이 잘 잡아주셨다. 배우 보는 맛이 쏠쏠한 드라마고 그걸 좋아하신 것 같다. 서브 캐릭터들 하나하나 다 주연들이다. 그런 부분이 새롭게 신선하게 느껴져 캐릭터 이름을 외울 정도로 좋아해주신 것 같다."
- OST 극찬도 많았다.
"음악감독님이 힘들게 많이 만드셨다. 7개월 동안 쉬지 않고 곡만 만들었다. 이 신에는 음악이 어떻게 들어갈지 자곡을 해서 테마를 잡았다. 만양과 어울리고 동시에 인생을 반영할 수 있는 연륜이 묻어나는 가수를 생각하다가 최백호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했다. 곡을 마음에 들어하셔서 녹음을 했다. OST가 큰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 작가님이 캐릭터 전사를 미리 만들어서 배우들에게 전달했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는데, 연출님이 보는 작가님은 어떤 분인가.
"굉장히 열심히 작업을 하시고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신다. 전사를 보면서 이걸로 드라마를 또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본 외의 스토리가 많다. 한 권의 소설책 같다. 스스로가 작업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신다. 연출 영감도 많이 받았는데, 정말 훌륭한 작가님이다. 성실하게 일하고, 본인이 해주실 이야기는 미리미리 해주시니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작가님과 시즌2 혹은 스핀오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작가님이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시즌2를 할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시즌2를 만들 계획은 없다."
-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확신을 가진 순간이 있다면?
"7, 8회에 모든 것을 이해 시키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1막을 시즌1, 2막을 시즌2처럼 써야 한다는 상의를 했다. 8회까지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털어내야 하니 작가 입장에서는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7,8회가 가장 걱정이 되면서도 아주 많이 공들여 찍었다. 그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9회가 방송 됐을 때 '시즌2로 넘어가나봐'라고 알아봐주셔서 기쁘고 뿌듯했다. 여기까지 본 분들은 우리를 좋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여성 피해자를 미디어에서 다루는 방식에 대해 특히 민감한 시기이기도 한데 연출자로서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신경 썼나.
"작가님도, 저도 고민이 많았다. 같은 여자기도 하고. 어디까지 보여주고 끊느냐 신경이 쓰였다. 연출적으로는 더 보여주고 싶지만 마냥 그렇게 바라볼 수는 없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좀 더 살리려면 잔인하거나 오락적이면 안 된다는 책임이 있었디.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이지만, 엔터적인 요소도 살려야 하는 직업이라 중간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사건보다 그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더 집중하려 했다."
- 범죄 스릴러물인데 피해자를 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묘사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동식과 주원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이다. 가장 신경을 쓴 건 자기 의도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의 잘못으로 그런 운명이 된 거다. 그런 슬픔에 집중하려고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를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하게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무서워서 반응를 잘 안 본다. 작품 중간엔 많이 흔들려서 안 보는데 주변에서 캡처를 해서 보여준다. '괴요일', '괴물러' 그런 말들이 고맙고 좋았다. 동식이 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는 리액션도 좋았다. 지인들이 '나도 괴물어다'라고 해줄 때도 고마웠다."
- 다음 작품에 또 만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다 만나고 싶다. 신하균, 여진구 배우는 본인들만 괜찮다면 또 작업하고 싶다. 좋은 작품으로 파트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에 주원이 동식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인 인상적이었다. 촬영 당시 어땠나.
"주원이 펑펑 운다. 주원이 동식에게 수갑을 채웠을 때 얼굴을 묻고 미안한 감정과 안됐다는 감정을 표현하려 현장에서 그렇게 했다. 여진구가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손을 잡고 얼굴을 묻는데 주변이 숙연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풀샷에서 그렇게 하니 콘티가 바뀌어 투샷을 찍었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다. 여진구 스스로 연출을 주도했다."
- 이번 백상예술대상에 무려 7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과 소감이 궁금하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노미네이트가 되어 쑥스럽다. 우리 배우, 작품, 극본, 촬영이 다 올랐는데 저보다는 그 분들이 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다들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한다. 뿌듯하기도 하다."
- 뜨거운 반응 덕분에 촬영하면서도 힘이 났을 것 같은데 배우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수고했다는 얘기를 했다. 팬들 덕분에 배우들이 힘을 많이 얻었다. 11회까지 촬영을 하고 방송을 했다. 반응이 없는 상태로 촬영을 하니까 불안감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행복했고 즐거웠다'라는 말을 하면서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 감독님만이 고수하는 연출법이 있다면?
"잘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라' 말하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게 제 디렉팅 방식이다. 물론 잘못된 길로 가면 얘기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버전 어떠냐'라고 얘기를 한다. '괴물'에서는 소통이 많이 됐다. 신하균 배우와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최대훈 배우와도 톤에 대한 상의를 많이 했다. 저는 배우들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연기를 한 사람이 이상하다고 하는 건 진짜 이상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오픈하고, 창피할 것 없이 우리의 단점을 다 얘기하면서 소통한다."
- '괴물'이 시청자에게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괴물이 되는 과정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나의 작은 실수를 덮으면서 눈둥이처럼 불어나 괴물이 되고 남도 괴물이 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기환의 실수 하나로 시작된 일이다. 내 안의 작은 이기심, 나에게 관대한 것을 숨기고 지나가면 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15회에서 '작은 실수'라고 했던 대사가 섬찟했다. 작은 실수 하나가 괴물로 만든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고, 내가 이기적인 괴물이 아닌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면 좋겠다."
- '괴물'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제 스스로 '감독 생활을 해도 될까', '그런 재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럴 때 용기를 준 작품이다. 붐업할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재미있고, 매시지가 정확한 대본에 끌린다. '괴물'을 연출한 건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대중적으로 공감하고 마이너하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져야 할 삶의 가치를 드라마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해 논하고 싶다. 앞으로도 책임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려고 한다. 시청자들 덕분에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다. 앞으로 저 뿐만 아니라 모두들 이 사랑을 잘 간직해서 좋은 모습 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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