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공유에게 영화 '서복'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 시간이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늘 진지하고 진심 다해 연기하고, 또 진중한 생각들을 털어놓는 공유이기에 가능했던 '서복' 그리고 민기헌이다.
지난 15일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 '서복'(감독 이용주)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 드라마다.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의 9년 만 신작이자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공유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 역을 맡았다. 죽음을 앞두고 내일의 삶이 간절한 기헌 역을 위해 식단조절을 하며 체중 감량을 한 공유는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내면 연기부터 모믈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체불가 배우의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죽음 앞에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 날선 예민함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서복을 만나 변화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매 작품마다 연기적인 고민을 거듭하며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공유에게도 이번 '서복'은 굉장히 어렵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겁이 나서 한 번 거절을 하기도 했었다고. 그럼에도 공유는 '서복'의 민기헌을 선택했다. 그만큼 공유에게는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던 셈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공유는 그 고민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또 진중하게 털어놓았다.
- '서복'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왜 사는데?', '왜 살고 싶은데?'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서복'의 메시지는 한번쯤 해볼 수 있을법한 고민이고 생각이다.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되는데, 겁도 나서 한번 거절을 했다. 작업이 쉽지 않을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독특하고 신선해서 도전하고 싶었다. 과연 원하는대로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 평소 SF물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장르물을 좋아하거나 고집하는 성향은 아니다. 요즘 들어서 제가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나 이런 것들을 모아보니 관심이 있고 궁금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특별히 선호하고 좋아해서 '서복'을 택한 건 아니다."
- 역할을 위해 식단조절을 했다고 들었는데, 캐릭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정확하게는 4개월 정도 식단조절을 한 것 같다. 보통 작품 준비를 할 때 힘든 부분이 있다. 광고에서 보는 공유가 아닌, 온전히 그 인물화가 되어간다는 작업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연기를 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 예민해지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순간을 즐기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식단조절은 나이가 들어서 오는 힘든 부분은 있지만, 예전에 더 혹독하게 했어서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기헌이 첫 등장을 했을 때 시한부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외적인 이미지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인물의 전사를 다 보여주지 못해서 이미지 한 컷으로 어둠 속에서 단절되어 고통스럽게 산다는 걸 보여주여면 눈이 퀭해야 했다. 저는 더 많이 가려했는데, 주변에서 건강도 그렇고 영화가 마라톤 같은 작업이라 지칠 것 같다며 만류를 해서 4개월 정도만 식단조절을 했다."
- 이용주 감독과 기헌 캐릭터, 영화 메시지에 대해 가장 많이 나눴던 대화는 무엇인가.
"준비 과정에서 기헌이 시한부 인생 선고 받았지만, 마냥 다크하고 어둡고 말수도 없고 정말 전형적인 아웃사이드의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고 하셨다. 기헌은 이전에 장난도 잘치고 동료들과 농담도 했을 것 같다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다크하지 않고 인간미가 보이는 캐릭터이길 바라셨다. 저는 처음엔 굉장히 다크하고 대사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밝은 캐릭터로 나왔다."
- 인간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기헌과 무한함을 상징하는 서복과의 대조와 동행이 돋뵌다.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죽을 날짜를 받고 기다리는 걸 경험하지 못해서 사실은 얼마만큼 힘든지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향, 성격들이 굉장히 오락가락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범하지 못하고. 기헌의 유한함을 표현한 시퀀스가 편집된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기헌이 다른 사람을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무례하게 대하는 부분이 있었다. 안하무인으로 난폭하고 내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무례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편집이 됐다."
- "실내에서 왜 담배를 피워", "이래서 애한텐 아무거나 먹이면 안돼" 같은 대사는 애드리브인가.
"맞다. 원래는 기헌에게 담배를 권하는데,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담배를 끊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몸에 좋은 거 찾아먹고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담배도 끊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담배를 끊었다고 하는 대사가 있었다. 그 뒤에 붙은 애드리브다. 극장에서는 별로 안 웃으시더라.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웃는다고 관객들이 웃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뒷 대사도 라면 스프를 털다가 중얼중얼 나온 대사다.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저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다. 모든 애드리브가 좋을 수는 없다. 많이 가면 극에 방해가 된다. 그렇지 않은 선에서 시도를 하고, 대부분이 쓰였다. 철저히 대본 위주로 연기하는 편은 아니다. 이용주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가 편한 말로 고치신다. 리허설을 하고 평소 하던 말투를 많이 반영하셨다."
- 시한부 판정을 자신에게 내려진 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헌이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해석했나.
"우리 모두 유약한 인간이다. 죽음 앞에서 누가 용감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 해탈하고 초월하는 인간이 있을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약함이고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 기헌이 서복을 동등한 인간으로 느꼈을 때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 촬영하기 전에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저희가 바라본 타이밍은 안가에서 처음 서복과 사적인 얘기를 라는 장면이다. 기헌이 봤을 때는 영락없는 애인데 실험실에서 하루종일 주사 맞고 책만 본다고 한다. 그리고 서복이 '엄마가 없어요?'라고 묻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뭔가 느끼는 것이 많았다. 그 때가 기헌의 마음이 변하게 되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삶에 대한 대사가 많았는데 어떤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나.
"기헌의 입장에서는 늘 당하는 느낌이다. 시종일관 귀찮게 물어봐서 처음엔 짜증이 났다. 바닷가에서 서복이 '민기헌 씨는 살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요?'라고 한다. 그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서복은 복제인간이지만, '구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신격화되어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쓰신거라고 받아들였다. 은유인 것 같다. 마치 신이 유약한 인간에게 살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물어보는 것 같다. 서복이 신격화되어 보여지는 샷이 있다. 박병은이 무릎을 꿇고 세번 바닥에 내려찍힌다. 그 또한 신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봤다. 제 생각에는 감독님이 그렇게 하신 것 같고, 신을 대신하는 메타포라고 여겼다."
- '서복'은 어찌 보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것 같다. 어떤 의미로 다가온 작품인가.
"거절했었지만 뿌리칠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흥망은 제가 점칠 수 없다. 자기가 했던 연기나 작품을 보고 명작이라고 만족스러워하는 배우나 감독은 없을 거다. 봉준호 감독님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1도 후회없다. 저에게 좋은 시간이었다. 배우로서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 제 고민과 두려움은 계속 되겠지만 인생에서 짚어야 하는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 배우가 아니라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한 인간으로서 가장 큰 삶의 가치는?
"'서복'이 던진 질문이다. 아직까지도 답을 명확하게 못하고 있다. 그만큼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죽기 전에 깨우치고 간다면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시기다.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국 때문에 더 많이 생각하고 살고 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라는 질문인 것 같은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고 있고 그럴려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 같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과거에서도 허우적 거리던 사람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당장 내일 보다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감사히 잘 살아내자.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이 시기에 후회가 없으려면 오늘 24시간을 감사히 잘 써야겠다는 가치를 둔다. 인생은 한 번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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