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한국인의 밥상'이 봄날의 섬진강을 찾는다.
15일 오후 7시40분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또다시 흐른다. 섬진강이 봄날 이라는 부제로 꾸며진다.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도, 섬진강에 활기찬 봄이 찾아온다. 섬진강이 선사한 싱긋한 한 상을 맛보고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전남 곡성 압록마을 ー 섬진강과 함께한 세월을 담은 푸짐한 한상
전남 곡성군 압록마을은 17번 국도와 18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과 보석강이 만나는 곳이다. 다양한 동식물과 철새들도 강과 길을 타고 들어, 청둥오리도 유난스럽게 찾아든다는 압록마을은 올해도 봄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일호(57) 한삼호(55) 형제는 지금도 전통어법, 걸갱이 낚시로 민물고기를 잡는다. 요즘에는 배를 타고 나가 하룻밤만 그물을 쳐 놓아도 모래무지, 동자개, 피라미, 꺽지(쏘가리), 누치가 한가득 걸려든다.
한삼호씨가 어렸을 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민물고기를 뼈째 다져서 넣어 양을 늘렸다. 식구는 많고 고기는 적으니 그 옛날에는 그랬을 법도 하다. 이 댁의 큰며느리 이예순 여사는 민물고기 서너 마리만 있어도 열 식구 배불리 먹였다는데. 큰 그릇에 이 맘 때 나는 푸성귀를 가득 준비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줄 무채를 넉넉하게 넣는다. 여기에 잘게 다진 민물고기를 넣어 어머니의 손맛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민물고기뼈채무침을 맛볼 수 있다.
이맘때쯤 섬진강에는 소가 밟아도 안 깨질 정도로 단단하고 속이 꽉 찬 섬진강 참게가 올라온다. 참게는 힘이 좋아 껍질도 단단하고 육질 또한 쫄깃쫄깃해서 민물고기와 함께 탕으로 끓여내면 국물 맛이 아주 일품이다. 다진 민물고기를 완자로 빚어내 들깨국물과 함께 보글보글 끓여내면 섬진강의 오랜 세월과 추억을 맛볼 수 있다.
전라북도 순창 장군목마을 – 자연이 선사해준 봄 밥상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 순창을 지리산 남녘 계곡을 아우르고 하동 광양을 거쳐, 남해와 만난다. 작은 계곡을 두루두루 거치면서 성장해가는 섬진강의 어린 시절을 찾아 전북 순창군 장군목 마을로 향한다.
예로부터 산골 오지로 유명했던 순창 장군목 마을에는 섬진강이 좋아 낯선 땅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웃들이 산다. 시집을 왔다거나, 귀촌했거나 각자의 사연으로 살아가는 왕봉덕, 이정순, 김지연 씨는 매일 안부를 묻지 않으면 서운하다는 이웃사촌이다. 이맘때 봄은 매일 다른 얼굴이라, 쑥부쟁이가 나올지 돌나물이 반길지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러 나가본다. 섬진강이 선물해준 다양한 먹을거리로 순창의 봄은 수확 철 인양 풍성하다.
생김새는 달래하고 비슷하지만, 맛은 달래보다 더 강해 '두메 달래'라고 부르는 두메부추는 마늘과 부추와 달래의 중간 맛이 나는 부추다. 섬진강의 물을 먹고 자란 부추라 이 부추를 먹으면 자연을 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손질 없이 그냥 먹어도 보약이지만, 두메부추를 쑥부쟁이나물에 넣고 살살 무치면 입안에 알싸한 향이 퍼져 봄을 느끼기에는 제격이다.
수해 피해를 입어 힘든 시간을 보낸 지연 씨를 위해 만든 진달래경단. 오순도순 모여 동글동글하게 빚어낸 경단은 끓는 물에 삶아서 익힌다. 익힌 경단에 설탕에 굴려 달콤한 맛을 입히고, 활짝 핀 진달래꽃을 따다가 익힌 경단을 감싼다. 진달래꽃의 향긋한 맛과 보기에도 화려한 진달래 경단이 완성된다.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어김없이 밥상을 허락한 섬진강에 감사하며 사는 봄 밥상이다.
전남 구례 월계마을 –지리산에 살고 싶어 귀촌한 강승호씨와 향긋한 봄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로에 들어서면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며 그윽한 향으로 미처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다른 꽃까지 일깨운다. 산수유가 마을에 지천이면, 강승호, 이경영 부부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봄이면 벌을 깨우느라 분주하고, 벌이 꿀을 따기 시작하면 채미할 준비도 해야 한다. 강승호, 이경영 부부는 도시에서 학원강사를 하다가 10년 전 산수유 군락이 절경인 지리산 만복대 자락, 섬진강이 지척인 오지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이맘때면, 노란 댕기를 달고 샛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꽃은 한 달 동안 섬진강에 그럴싸한 풍경을 자아내, 지난 계절의 혹독함은 까마득한 옛일인 듯 잊게 한다. 봄을 맞아 행복이 찾아든다는 월계마을! 그곳에서 입도 화사해지는 산수유 밥상을 만난다.
지리산도 얼싸안고 흘러가는 섬진강이 산중에도 진풍경을 펼쳐놓았을 때, 지리산이 거저 내어준 것들도 밥상을 차리는 이웃사촌인 이명엽, 이경영 씨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은 거의 독소가 없어 머위처럼 쌉쌀한 나물은 살짝만 데쳐도 쌉쌀한 맛이 감소한다. 머위의 쌉쌀한 향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깻잎의 역할을 머위가 대신해준다. 살짝 데친 머위에 돼지고기볶음을 넣고 돌돌 말아서 달콤한 맛의 원추리 잎으로 감는다.
제철 식자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약이라 하는데 고기까지 더 해주니 씹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마을 학교를 운영하는 강승호 씨와 아이들이 함께 산수유빵 만들기에 도전하다! 막걸리로 밀가루 반죽을 발효 시켜 전통방식으로 빵을 만들고 나면 산수유의 향긋한 향이 더해진 덕에 남녀노소 좋아한다고. 자연의 선물을 받아 그 소중함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경남 하동 – 봄을 맞아 벚꽃이 지천일 때, 섬진강에는 벚굴이 핀다
매일 아침 9시면 섬진장에 배를 띄우는 정종규씨는 28년 경력 벚굴잡이다. 벚굴은 강에서만 나는 굴!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에 서식하는데, 양식하지 않기 때문에, 굴의 10배에 달하는 크기로 유명세가 상당하다. 하지만 올해 벚굴 수확량은 작년의 1/4 수준이다. 수해로 인해 폐사하건 쓸려나간 벚굴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정종규씨는 매일 오전 9시면 잠수복을 입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28년 벚굴잡이가 어느새 체질이 됐다는 그는 변치 않는 섬진강이 있어 노후 걱정이 덜었다며 오히려 함박웃음을 짓는다. 소소하지만, 변치 않는 것의 미덕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섬진강은 삶의 버팀목이 된다. 섬진강의 미덕을 밥상 위에 올려본다.
벚굴은 이맘때가 제철! 산란기에 접어들면, 벚굴은 알을 품어서 사람이 먹기에는 적당하지가 않다. 그래서 정월부터 이맘때가 딱 먹기 좋은 상태다. 벚굴은 큼직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매력이다. 참깨를 이용해 굴의 수분을 잡아주고 갖은 채소에 초고추장을 올려준다. 벚굴을 올려 뭉개지지 않게 살짝 버무려 주면 하동의 봄을 알리는 벚굴회초무침이 완성된다. 벚굴의 크기가 매우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 이 벚굴에 밀가루를 듬뿍 묻혀 수분을 잡아준 뒤, 벚굴이 살짝 익었다 싶었을 때 먹으면 쫄깃한 식감도, 벚굴의 그윽한 향도 일석이조로 즐길 수 있을 터! 섬진강의 은은한 맛을 머금은 재첩과 벚굴이 더 해지면 섬진강의 풍미가 더해진다. 재첩과 벚굴을 넣어 한소끔 끓이고 부추와 고추를 넣으면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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