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면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숱한 명대사와 명장면을 낳으며 '미사 폐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KBS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는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잔상들을 남겼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지섭 본인도 최고로 꼽았다는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 장면이다.
생모 오들희가 자의로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된 무혁은 피곤한 오들희를 집에 데려다 준 뒤 "밥 좀 해달라"고 조른다. 귀찮아하던 오들희가 마지 못해 무혁 앞에 내놓는 것은 라면이다.
초등학생도 끓일 수 있는 것이 라면이지만 그 날의 그 라면은 무혁에게 '어머니'가 차려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밥상이다. 결국 왈칵 눈물이 쏟아져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선 무혁은 집 밖으로 나와 유리창 안의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린다.
"어머니 다음 세상에서도 꼭 어머니 아들로 태어나겠습니다. 그 땐 꼭 어머니의 자랑스럽고 착한 아들이 될께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복수는 커녕 자신의 자리를 채운 양아들에게 심장을 남겨주고 떠나면서도 "단 한순간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요. 어머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독백하는 무혁을 시청자들 역시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눈물과 함께 흘려버린 은채의 사랑 고백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제주도에서 말없이 떠난 무혁을 찾아와 몇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던 은채는 뒤를 쫓아온 무혁에게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계속 아저씨를 보러 올 것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도 사람이라, 참아도 참아도 참아지지 않는 게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가슴 속에만 담아뒀던 말을 아프게 토해낸다. "사랑해요!"
가슴속에 한껏 응어리져 있다가 터져버린 고백은 그치지 않는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아저씨!"
점점 굵어지는 눈물과 함께 점점 소리높여 사랑의 말을 외치는 은채의 얼굴과 그런 은채의 모습을 아프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무혁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혁의 '죽음을 향한 질주' 장면도 화제가 됐다. 복수심과 증오를 벗고 어머니를 만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무혁은 죽음을 결심한 채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시청자들이 영화 '천장지구'와 비교하기도 한 이 장면은 코피를 쏟으며 점차 의식을 잃어가는 무혁의 표정 위로 행복했던 시간의 회상과 오들희의 내레이션이 겹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또한 호주로 간 1년 후의 은채가 과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던 날의 에피소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장면도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지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채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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