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도 알고보니 '미사 폐인'이었다.
KBS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에서 차무혁 역을 맡아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소지섭 역시 팬들처럼 몇몇 장면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가 꼽는 명장면 역시 '미사폐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7회에 방영된 은채와 무혁의 아름답고도 슬픈 키스신이 그가 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준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며 나눴던 이 키스신은 무혁과 은채의 애절한 마음과 함께 소지섭의 눈에서 흐르는 한줄기 눈물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장안의 화제가 됐던 "하느님, 나 당신에게 약속합니다" 독백과 노래방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우는 장면도 역시 소지섭의 마음 속에 깊이 남았다.

하지만 소지섭 본인이 "짧지만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다"는 장면은 따로 있다. 집앞 골목에서 구토를 하다가 괴로움을 토해내 듯 나즈막히 "엄마, 엄마"라고 불러보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생모인 오들희가 울면서 "윤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의 상처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대목이다.
대문 앞에서 "나도 당신 아들이라고!"라며 울부짖는 장면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며 그동안 받지 못했던 모성을 그리워하는 이 장면은 소지섭에게 큰 영감을 줬다.
몇달 째 차무혁이란 인물에 빠져있는 그는 이제 '무혁으로 사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 감정에 몰입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전엔 '무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되묻던 것과 달리 요즘은 대본을 받는 즉시 모든 것을 무혁 입장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외로운 인생 속에 상처를 켜켜이 쌓아온 무혁의 애환이 소지섭의 눈빛 연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끝없는 열광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28일 무혁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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