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4일)은 봄에 접어 든다는 입춘(立春)이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한다는 추위가 오늘부터 시작이다. 꽃샘 추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spring cold spell', 'spring colds', 'the last cold snap' 등과 같이 여러 가지 표현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시샘하는 흥미로운 영어 단어에는 가을을 시샘하는 ‘인디언 써머 (Indian summer)’라는 표현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디언(Indian)'이라는 단어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인디언 선물(Indian gift)'이라는 표현은 답례를 바라고 주는 선물을 뜻한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처럼 영어에는 서늘한 가을이 와야 할 시기에 여름과 같은 더운 날씨를 '인디언 써머'라고 한다.
겨울 답지 않은 날씨 때문에 한동안 뒷전이였던 패딩을 오늘부터 다시 꺼내 입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 패딩(padding)은 '채워 넣기, 메우는 것'이라는 의미다. 패딩의 시작은 에스키모 족이 입었던 'parka(파카)'에서 시작된다.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모자를 달고 모자 둘레에 털을 붙여 입었던 옷을 '파카'라고 부른다.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무거운 가죽을 가벼운 천으로 바꾸고 보온성을 위해 안 감과 겉 감 사이에 동물의 털이나 솜을 '채워 넣어' 이 옷을 '패딩'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1930년경 미국인 디자이너 에디 바우어(Eddie Bauer)는 겉 감과 안 감 사이에 넣은 솜이나 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퀼팅(quilting,누빔) 기법을 적용해 파카를 제작했다. 이 파카가 우리가 현재 입는 패딩에 가장 가깝다.
본적 격인 인기 몰이를 시작한 것은 세계적인 축제인 1968년 그레노블 동계 올림픽이었다. 프랑스의 캠핑 장비 업체인 몽클레르(Moncler)사가 프랑스 알파인 스키 팀을 위해 패딩을 제작하고 이것이 유니폼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의 전파를 타고 크게 유행하게 된다.
사실 패딩하면 떠오르는 스포츠는 스키가 아닌 축구다. 벤치에 앉아 있는 축구 선수들은 다들 롱패딩을 입고 있어 패딩을 벤치코트(bench coat)라고도 한다. 여기서 패딩 코트나 패딩 재킷은 콩글리쉬며 올바른 영어 표현은 'padding parka', 'padded jacket' 혹은 안에 거위 털 등을 넣었다고 해서 'down jacket'이라고도 한다.
뉴트로(new-tro) 흐름에 맞게 예전에 유행한 것들이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겨울 패션 중 하나인 무스탕(mustang)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사실 올바른 발음은 '무스탕'이 아니라 '머스탱'이다.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무스탕은 세계대전 때 사용된 공군기의 이름이었다.
당시 공군 조정사들에게 보온성이 좋은 가죽 재킷이 공급되었고, 그 재킷이 뭐냐는 질문에 한 군인이 'This is Mustang(이건 머스탱입니다)'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공군기를 묻는 질문으로 착각해 이같이 답한 것이 재킷 이름이 된 것이다.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법의 적용으로 옷의 디자인이 다소 바뀌지만 그 옷의 근원과 명칭의 유래는 누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 되었다는 것이 늘 흥미롭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꽃샘 추위가 살짝 반갑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조수진 소장은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청도 대원 학교 국제부 영어 교사와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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