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베테랑 김학민(KB손해보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울음을 삼켰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학민은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를 마친 뒤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오프시즌 들어 그동안 정들었던 대한항공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김학민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2019-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순천에서 치른 KOVO(한국배구연맹)컵대회도 잘 치렀다. 그러나 악재가 있었다.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외국인선수 마이클 산체스(쿠바)가 어깨를 다쳐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팀의 첫 경기이자 홈 개막전에서 한국전력에 3-2로 이겼다.
5세트 0-6을 따라잡고 승리를 거뒀다. 그때만해도 연패에 빠질 거라고 김학민도 그렇고 권순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 몰랐다.
KB손해보험은 한국전력전 승리 후 내리 12연패를 당했다. 5세트까지 가서 주저앉은 적도 너무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기어코 연패를 끊었다. 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다.
김학민은 이날 두팀 합쳐 최다인 22점에 공격성공률 62.5%로 펄펄 날았다. 소속팀이 연패에서 벗어나는데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였다.
그는 경기 후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계속 지다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앞선 삼성화재전(11월 30일 경기 2-3 패)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정말 고비에서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학민은 선수단 최고참으로 연패를 당하는 동안 팀 동료들과 후배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에게도 이런 긴 패배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아마 내가 더 어렸었다면 더 흔들렸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도 팀 동료들과 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모두가 힘을 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KB손해보험은 사령탑이 바뀔 수도 있었다. 권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자 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만류했고 권 감독은 상황을 추스리고 선수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김학민은 "나도 그렇고 선수들 모두 당황했었다"면서 "경기 결과가 너무 좋지 않다보니 이런 일까지 일어나게 된 것 같다. 기사를 통해 그사실을 알게됐다. 정말 감독님에게 죄송했다. 더 열심히 코트에서 뛰었어야했다"고 울먹였다.
김학민과 권 감독은 대한항공 시절 인연이 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대한항공 사령탑 시절 권 감독이 수석코치로 있었고 김학민도 함께 뛰었다.
한편 그는 연패를 끊은 원동력 중 하나를 팬 응원으로 꼽았다. 김학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체육관을 찾은 팬들 대부분 '할 수 있다 KB'라는 팀 응원 구호를 계속 외쳤다"며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학민은 "연패 기간도 그렇고 경기에 패한 뒤 힘은 들지만 권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단 사무국에서 팬들이 요청하는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구를 최대한 다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선수로 맞는 자세라고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팬들이 응원을 보내줄 때가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 본다. 경기장이나 선수단 락커룸에 걸린 응원과 격려문구를 보면 선수들 모두 뭉클한 감정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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