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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BIFF]"내 영화의 결함과 마주하는 것은 고통"…임권택, 거장이 말하는 예술적 결벽과 '서편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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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내 영화의 결함과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래서 내 영화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서편제'만은 예외였다.".

임권택 감독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스페셜 토크 '서편제' 행사에 참석했다. 영화 '서편제'(1993년)는 늙은 소리꾼과 그의 의붓자식들이 남도 땅을 떠돌며 소리를 팔아 연명하는 혹은 그들의 삶의 비운과 예술적 흥취를 동시에 담아낸 작품.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넘은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임권택 감독이 평생을 거쳐 몰두해 온 민족적 정서와 문화에의 치열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은 "굉장히 오래된 영화인데 지금 관객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영화인지 궁금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개봉 당시 단관 상영으로 시작해 한국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모은데 대해 임 감독은 "93년에 '태백산맥'을 제작하려고했지만 정부가 아직까지는 이런 이념적인 영화를 제작할 시기가 아니다. 아직은 제작을 하지 말아라라고 정부가 금지 통보가 왔다. 1년 정도 있으면 '태백산맥'을 촬영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김영삼이나 김대중 중 한분은 대통령이 될거라고 여론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놀다가 정권이 바뀌면 '태백산맥'을 제작해도 되겠다 싶어 쉬고 있던 시기였다"라고 답했다.

이어 "1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다보니 내 생애 동안 그렇게 놀아본 적이 없었다. 도저히 놀 수가 없겠다 싶어 저예산으로 슬슬 만들 수 있는 작품이겠다 싶어 (서편제) 제작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판소리에 관심도 없었고 판소리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제작비도 대지 않을 시기였다. 내가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영화가 언젠가는 미국영화의 아류를 벗어나 온전히 한국적 리듬과 정서로, 한국사람이 아니면 만들수없는 한국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기회에 아주 저예산으로 판소리 영화를 찍어서 대중들에게 인기없는 판소리의 맛을 전달해보자, 가망없는 희망을 갖고 시작했던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임권택 감독은 "망해도 좋다라는 영화, 흥행에 부담에 없는 영화는 처음 만들어보는거다. 신인인 오정해에 당시에도 비싸지 않았던 김명곤 등의 배우를 데려다 정말 내 흥에 취해 찍으며 돌아다녔다"라고 제작 과정을 전했다.

이어 "흥행이 될거라는 예상도 안했고 흥행이 되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갖지도 않았다. 그냥 내 안의 정서가 끌어가는대로 끌려가듯이 완성된 영화인데 이렇게 흥행이 최고로 잘된, 제 영화 중에 흥행이 잘된 영화가 될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그리는데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묻자 임 감독은 "나 아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 한때 할리우드 영화와 유사한 아류영화를 어떻게 그 수준만큼 끌어올려서 그 재미를 필름속에 넣을까 하는게 목적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베껴먹고 아류 영화를 수도없이 찍어내면서 순전히 나 아닌 거짓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내 삶과 정서와는 전혀 무관한. 내가 나이가 들고 철이 들고 세상을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면서 나는 한국인이었구나 한국인이 갖는 정서를 영화에 담지 않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미국영화의 아류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한국인으로 한국사람이 만들어낸 영화를 하고자 무척 노력했다. 그러나 잘 안되더라고. 한국적인 것을 그리려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을 말하고 싶다."

한국영화 대표 거장이지만 임권택 감독은 작가적 고충을 고백하기도 했다.

"난 내 영화를 메이킹 필름, 시사회까지 두세번 밖에 안 본다. 그만큼 난 내가 찍은 영화를 안 본다. 그 이유는 내가 하찮은 것에서조차도 결함이 드러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것은 굉장한 고통이다. 그래서 내 영화를 거의 안 본다. '서편제'는 몇번에 걸쳐서 봤다. 결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판소리의 힘에 끌려서 내 영화적 결함은 눈 감으면서 본 거다. 판소리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걸 느꼈다."

조이뉴스24 /부산=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포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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