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개방이 요원해 보이던 시절,
음성적인 루트로 전파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영화 관련 잡지에 버젓이 소개된 작품.
제작된 지 이제 10년을 바라보지만 웬만한 현재 방영 애니메이션보다 더 높은 인지도와 판매 파워를 자랑하는 작품. 이렇듯 이 작품은 지금도 유효할만큼 여러 면에서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괴멸적 타격을 입은 인류, 미지의 적에 맞서 싸우는 로봇, 주된 시청자 연령층에 맞게 청소년으로 설정된 어린 파일럿. 사실 이런 요소들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성경과 사해 문서를 끌어들여 인류 멸망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한 것은 적중했다. 나아가 타인과의 불완전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인간 관계상의 문제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캐릭터들은 작품의 깊이감을 더했다.
일체감보다는 거리감부터 느끼게 만들어 더 현실적인 캐릭터와 일찍이 보지 못한 날 것 그대로의 처절한 전투 장면, 편하게 반쯤 드러누워 즐기려는 안일한 시청자를 쫓아내고, 행간 의미를 파헤치는 독자처럼 컷간 의미를 파헤치는 매니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긴장하게 만든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이 작품의 위상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런 이 작품의 DVD가 리뉴얼의 부제를 달고 다시 한번 출시됐다. 기존 출시판과는 화질, 음질, 내용상에서 새로워졌다는 의미이다.
우선 제작연도와 셀 제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다른 작품에 비해 유난히 심하던 화면의 흔들림이 눈에 띄게 줄었다. 희끗희끗하게 난무하던 화면 잡티 역시 말끔하게 사라졌다.
빛 바랜 듯한 영상은 선명하고 풍부한 느낌이 살아나는 영상으로 보정됐다.
그러나 보정 과정에서 진해지다 못해 아예 색감 자체가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해선 시청자에 따라 기존판과의 선호도 차이가 있을 듯하다.
강화된 컨트라스트로 인해 전반적인 영상은 또렷해졌지만 암부 표현력이 낮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운드 역시 5.1채널로 업그레이드됐다. 재녹음돼 리어에 배치된 각종 음향 효과는 작품의 입체감 구현에 일조한다.
네르프 본부내의 오퍼레이터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대사들이 사방에서 들려와 긴박감 고조에 한 몫 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편 리뉴얼판에는 기존 TV방영판에는 없던 새로운 장면들이 포함된 에피소드 4개가 수록돼 있다.

그 추가 컷들의 실제 분량은 그리 많지 않으나 작품 이해의 단서를 제공한다. 한편 코드2와는 달리 국내 출시판 리뉴얼 DVD에는 현행법상의 제약으로 인해 국내 개봉이 불가능한 이 작품의 극장판 시리즈가 수록되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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