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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사바하'의 시작과 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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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영화 '사바하'의 첫 장면부터 배우 이재인은 강렬하다. 금화의 메마른 눈빛과 무미건조한 표정은 작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금씩 끌어올린다. 거듭 휘몰아치는 서사에서는 '그것'으로 등장해 이야기의 문을 서서히 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바하'의 시작과 끝은 이재인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이재인에게는 어린 소녀의 순수함과 '사바하' 주연 배우로서의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는 중학교에서 가장 높은 학년이 돼 그만큼 책임감이 커졌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배우로서 첫 상업영화의 주연을 맡아 설렘이 앞선다고 전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넓고 깊어질수록 진지한 답변을 내놓다가도 "우리 영화가 최고예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사바하'(감독 장재현, 제작 외유내강) 개봉 후 조이뉴스24가 이재인을 만났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좇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재인은 쌍둥이 금화와 '그것'을 동시에 연기했다.

[사진=카라멜ENT]

이하 이재인 일문일답

-짧은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영화 때문에 잘랐는데 지금 최선을 다해 기르고 있다.(웃음)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많이 받기도 했고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서 사진으로 많이 남기려 하고 있다. 삭발은 처음이라서 초반엔 잘 모르겠다가 일주일쯤 지나니까 확 느껴지더라. 학교 다닐 때는 가발을 써야 해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빨리 말라서 좋기도 하다. 짧은 머리는 캐릭터의 주요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른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상업영화 첫 주연이다. 흥행에 부담감은 없나.

"흥행의 부담감은 없었다. 물론 많은 관객 분들이 영화를 봐주고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하나의 결과물로 잘 만들어졌다는 게 제일 기쁘다. 확실히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캐릭터라서 반응이 많아 신기하더라. '사바하'가 여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여러 관람평들이 올라오는데 그걸 보는 것도 재밌고 내 이름을 검색해보면 좋은 말들을 해주셔서 신기하고 좀 뿌듯하기도 하다. 모두 처음 해본 경험들이다."

-막내이다 보니 현장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겠다.

"촬영할 때도 보살핌을 크게 받았다. 겨울에 촬영이 진행돼서 스태프들이 핫팩을 챙겨줬는데 집에 가서 가방을 확인해보면 한가득이었다. 조금 힘든 촬영장이었는데 몸과 마음이 녹은 상태에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 무대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감독님이 '잘하고 있다'는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다른 배우님들은 내가 떨려서 답을 잘 못할 때면 대신 해주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조언도 해주신다. 감사하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바하'의 어떤 점이 좋았나.

"'신이 있나'라는 전체적인 주제가 좋았다. 종교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가질 수 있는 고민이다. 영화가 끝나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도 있어 너무 좋았다. 후반부에 나오는 자장가를 들으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씁쓸하고 모든 주요 캐릭터들이 슬프다. 초반부의 몰입감 있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마지막에 보여주는 비참함, 씁쓸함의 느낌이 참 좋았다."

-캐릭터적으로는 어땠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금화와 '그것'에 애정이 많이 갔다. 특별하기도 했고 쌍둥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좋았다."

-유신론자이자 모태신앙인데 '사바하'를 통해 고민이 해결됐나.

"모태신앙은 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짧다보니 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영화에서는 '신이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사람들과 같이 눈물을 흘려주고 있다'라고도 표현돼 그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금화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지정 대본이 짧아 자유 연기를 많이 준비했다. 초반 금화의 내레이션을 위해 시를 읽으며 준비했고 '쌍둥이와 관련된 연기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쌍둥이 별자리 설화를 찾고 그 모티브로 독백을 써서 연기했다. 마침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박두진 시인의 '해'를 외웠는데 그 작품이 오디션에서 나오더라."

-참고한 캐릭터는 있나.

"금화도, '그것'도 새로운 캐릭터라서 래퍼런스할 인물이 많지 않았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것을 조화롭게 새로운 인물로 만들려 노력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해석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나.

"처음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비유적인 표현도 많고 상징도 많았다. 그래서 모르는 걸 모두 정리해 감독님에게 뜻을 물어봤다. 캐릭터들이 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게 돼 연기하는 게 수월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첫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정말 크게 신경쓴 부분이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내가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 얼굴로 첫 화면이 시작해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장면은 금화가 무당이 자신의 집으로 올라오는 걸 바라보는 상황이다. '아 뭔가 있구나'라는 분위기를 표현해야 했는데 어렵더라. 미스터리한 느낌을 계속 연습해보고 모니터링을 여러번 했다. 시선 처리가 살짝만 달라져도 느낌이 바뀌어서 계속 수정하면서 만들어갔다. 내레이션도 조근조근 말하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

-가장 고민한 감정 표현은 어떤 장면이었나.

"전체적으로 어려웠는데 금화가 나한(박정민 분)에게 붙잡혀 있는 신이 가장 그랬다. 금화의 진심이 감정 밑바닥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표정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것'을 연기할 때는 나한과 대화하는 장면이 어려웠는데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도 복잡해 관련 내용을 계속 알아봤다."

-금화는 '그것'에 대한 애증, 사춘기의 혼란스러움, 신에 대한 원망 등의 감정이 다층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심을 잡았던 건 금화가 언니 '그것'에게 느끼는 감정이었다. 스토리상도 그렇고 쌍둥이라는 장치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원망과 사랑이 있는 감정에 중점을 뒀다. 여기에 신을 원망하는 감정이 따라왔는데 이 감정 표현이 가장 어렵기는 했다. 실제 중1 때쯤 사춘기가 찾아와서 다행히도 이 부분은 금화의 감정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금화의 감정 변화가 거칠다는 평가도 있는데.

"감정 변화가 급격히 달라진다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금화는 언니에 대한 증오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혈육인 쌍둥이에게 갖는 특별한 감정도 있다. 아무리 '그것'을 미워해도 마음 속에는 사랑하는 감정이 있고 이를 계속 눌러 담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감정은 최대한 보여주지 않다가 마지막에 떠날 때, 그리고 죽을 때가 돼서야 '언니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진심으로 분출했다. 금화 나이대의 혼란스러움도 섞여있어 감정 변화가 거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나 싶다."

-신이 된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파트를 나눠 연기했다. 초반에는 너무 늦게 왔고 피를 많이 흘린 나한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를 살살 끌어당기며 자장가를 들려주고 굴복시켰을 때로 나눴다. 나한을 굴복시켰을 때는 절대적인 신의 위압감을 표현했다. 태어나는 목적을 달성하는 장면이라서 비장했다. 쓰러질 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나약함이었다. 지금 말하면서도 복잡하다.(웃음) 영화 개봉 후에도 계속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것'이 나한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표현은 어땠나.

"서글픈 울음소리로 감정을 전달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약간 슬픈 눈빛 정도로만 표현했다. 서글펐고 외로웠다."

-장재현 감독은 '그것'으로 모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던데.

"나는 모성은 나한의 약점으로만 생각했다. 모성이라는 감정 자체가 나한이 기억하는 유일한 어머니의 사랑이고 약점이기 때문에 그를 굴복시키려는 도구였던 것 같다. 나한을 설득하고 대화하는 과정이었다. '굴복'도 하나의 설득 방법이고 '그것'은 계속 슬픈 마음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나한을 그렇게 해서 '그것'은 태어난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물론 자장가를 부를 때는 품에 안는 느낌의 감정을 표현하려고도 했다. 중생을 선인이 감싸는 손 동작이 있는데 그것도 염두해뒀다."

-손 동작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물 흐르듯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중요해 동작 연습을 열심히 했다. 안무 선생님과 함께 연습했는데 초반에서의 동작은 사람 같지 않고 기괴해야 해서 특히 더 공을 들였다. 금화도 다리를 저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한쪽 신발에 깔창을 하거나 몸을 못 움직이는 상황에서 연습했다."

[사진=카라멜ENT]

-초중반에는 크게 박목사, 나한, 금화와 그것의 이야기가 각자 흘러간다. 연기할 때 영화 전체에선 어떻게 보여질지 불안하지 않았나.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지만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도 컸다. 완성본을 보면서는 내가 못 봤던 부분들이 나와서 궁금하고 신 나는 느낌이었다. 내가 촬영한 것도 전체에서 보니 새로웠다. 특히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카메라에만 담기는 분위기 같은 게 있더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하면서 확신을 갖기 힘들었을 텐데.

"그렇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다. 그 과정은 캐릭터를 새롭게 만드는 거라서 즐기는 편이다. 또 '사바하'는 캐릭터에 애정이 크게 가서 힘들지 않았다. 다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내가 이 연기를 정말 책임지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좋은 캐릭터를 전부 다 표현해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의심이 들 때였다. 다행히 감독님이 그런 감정을 안심시켜줬다. 어려운 부분은 설명해주고 '할 수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그런 혼란스러움을 내려놓고 연기했다."

한편 '사바하'는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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