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블랙나인의 랩을 듣고 있으면 할리우드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이 떠오른다. 그의 절도 있고 묵직한 랩이 제이슨 스타뎀의 트레이드마크인 우직한 액션과 닮아서다.
이는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하는 블랙나인이 가장 잘 하는 스타일이지만 동시에 큰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내면은 늘 두 자아가 대립한다. 그 대립을 옮겨다 놓은 것이 새 앨범 '스플리트 퍼스널리티(Split Personality)'다. 두 자아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블랙나인은 이번 앨범을 그의 나이와 본명인 "28살 최정식"으로 압축했다.

지난 11일 앨범 '스플리트 퍼스널리티'를 발표하고 기자와 만난 블랙나인은 담담했다.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 마침내 나왔다는 설렘보다는 자신 안에 있던 것들을 다 꺼내놓은 개운함이 더 커보였고, 응당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초연함이 느껴졌다.
블랙나인은 '우직하다'는 말에 "어떤 사람들은 우직하다는 것이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많이 듣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장르 중에 하나고 스타일 중에 하나인데 그게 이젠 지난 거라고 각인이 돼있더라.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난 우직한 스타일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블랙나인은 본인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트렌디한 것 사이에서의 갈등이 있는데, 이는 두 자아가 대립하게 되는 출발선이다. 타이틀곡 '스플리트(Split)'에 블랙나인의 생각과 갈등이 잘 담겼다.
'스플리트'에서 블랙나인의 첫 번째 자아는 '싹 다 베껴와 거들먹거리면 애들의 주류가 되는 겜블링', '표절, 레퍼런스의 기준은 내로남불. 유행이 유행이 되며 콘셉트를 계속 바꿔', '니네 말마따나 내 스타일 반은 강강강. 두 자아는 다른 강박감. 네 같잖은 판단 야 또 왈가왈부해봐'라고 외친다.
반면 두 번째 자아는 '네가 다른척해 봤자 너만 괴롭지 다른 사람은 최정식 하나도 채 기억 못 해, 꿈에서 깨', '클래식 올드함의 차이도 내로남불. 이건 그냥 게임이야 그리 심각할 필요 없다고. 돈 많고 잘 나가면 됐어. 딴 건 따라오게 돼 있어. 하드코어 스타일은 버려 결국엔 너도 똑같아져'라고 유혹한다.
"벌스1에서는 항상 갖고 있던 생각들, 지켜왔던 신념들, 요즘 드는 생각들을 얘기했어요. 그런데 흔들릴 때가 있어요. 결국엔 결과가 과정을 만드는 것이고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예쁘게 포장되는데 트렌드에 맞춰서 가야 하나, 돈이 전부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벌스2에서는 제 신념 이면의 것들을 풀어냈어요."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벌스3에서 두 자아가 번갈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다. 블랙나인은 "결국엔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갈등이고 계속되는 갈등이에요. 결과가 나오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성장과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해답이 찾아지고 있어요. 조금 찾은 것이 결국 하드코어를 기반에 두고 다른 사운드나 없던 걸 내놔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계속 연구 중이에요."
이 곡을 듣다 보면 곡 소개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피처링으로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 한 명이 참여했는데 3명의 목소리가 들려서다. 나머지 두 목소리는 블랙나인의 두 자아의 목소리다. 블랙나인은 각각의 자아를 전혀 다른 톤으로 표현해 갈등이 좀 더 생생하게 전달되고 그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 선명해졌다.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목소리 연구를 많이 해서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많아요.(웃음) 곡을 만들 때부터 콘셉트를 잡고 했기 때문에 어떤 목소리로 할지 시행착오는 없었어요. 성우 형님이 피처링을 안해주실 것을 대비해서 그 부분을 제가 불러놓은 것도 있는데 그렇게 됐으면 3개의 목소리를 내게 될 뻔 했어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을 발표한 뒤에는 두 자아의 대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블랙나인은 "이번엔 두 번째 자아가 이겼다. 그래도 결국에는 첫 번째 자아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과정보다 결과'라는 두 번째 자아의 이야기가 맞았다는 말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자기자신에 대한 자책과 반성의 표현이다.
"곡에 담긴 제 의도를 알아주셨으면 했던 게 목표였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실패에요. 지인들에게 곡 설명을 하고 들려주면 확실히 반응이 오는데 그냥 들려주면 잘 모르더라고요. 제 의도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뭔가 했어야 했는데 놓친 것 같아요. 그런 아쉬움 때문에 실패라고 생각해요."
블랙나인의 자책은 좌절감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어떻게든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감정에 가깝다. 블랙나인은 "내 원동력이 '악'이다. 능력에 비해 원하는 게 커서 항상 악으로 움직였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블랙나인은 올해에도 신곡을 더 발표한 뒤 내년 초 미니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뭔가 확신이 들면" 정규앨범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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