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모든 스포츠에서 감독이 나서는 기자회견(경기 전, 후)은 특별하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문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때로는 언론플레이도 마다치 않는다. 지도자 역량에 있어 단순히 전술 등 지도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 활용 능력도 중요하게 꼽히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파울루 벤투(49) 축구대표팀 감독 체제에서는 기자회견 풍경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세르지우 코스타(45) 수석코치, 필리페 쿠엘료(38)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35)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38) 피지컬 코치가 동석한다.
A매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는 국내 감독이 무대에 서고 코치진이 동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명단 발표는 물론 경기 전, 후 기자회견에 코치진이 함께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들은 9월 코스타리카, 칠레 A매치부터 이번 호주에서 열린 호주, 우즈베키스탄전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호주, 우즈벡전에서는 김영민(45), 최태욱(37) 코치까지 동석했다. 이들은 앞선 국내 네 번의 평가전 전, 후 기자회견에서는 선수대기실에서 선수들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코치들과 똑같이 벤투 감독과 취재진의 문답을 들었다.
감독 혼자서 주목받아도 되는 기자회견에 코치진이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섯 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벤투 감독을 통해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20일 호주 브리즈번의 QASC(퀸즐랜드 육상 & 종합스포츠센터)에서 우즈벡에 4-0으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이 끝나고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는 길에 코치진 동석 이유에 대해 "우리는 원팀(ONE TEAM)이다. 코치진이 기자회견 등 언론을 상대하는 행사에 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래전부터 그래왔고 어색한 일도 아니다. 감독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더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실체 벤투호 코치진은 경기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밝히는 편이라고 한다. 장, 단점이 토론을 통해 도출되고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경기 중 벤치에서도 상황에 따라 대화가 계속된다.
김영민, 최태욱 코치까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내, 외국인이라는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공유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경기 전, 후 선수들 관리가 필요했지만, 이는 지원스태프로도 충분하다. 최 코치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팀이라는 것을 우리끼리 결속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며 코치진의 조직력이 곧 선수단의 조직력으로 이어짐을 전했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다. 코치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감독이 놓치는 것을 코치가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코치진도 언론의 질문에 대해 느끼는 부분이 많다더라. 또, 한국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는 좋은 기회라더라"고 설명했다.
토론식 문화에 익숙한 특성을 그대로 한국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포르투갈 리스본의 포르투갈 축구협회에서 만났던 움베르투 코엘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벤투 감독은 현역 시절에 동료들과 경기 하나를 놓고 토론을 잘했다. 지시에 익숙한 한국 문화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벤투 감독과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과의 소통이 더 잦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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