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12일 서울 잠실구장. 3-2로 LG 트윈스에 바짝 쫓긴 넥센 히어로즈의 7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넥센 선발투수 한현희는 흔들렸다. 대타 안익훈을 볼넷으로 내보내 역전주자까지 출루시켰다.
2사 1,2루가 되자 넥센 벤치가 움직였다. 우완 셋업맨 이보근을 투입, 급한 불을 끄려 했다. LG는 좌타자 김용의로 밀어붙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 2루타 이상 장타면 역전까지 가능한 상황.
볼카운트 1-1에서 김용의는 이보근의 3번째 공에 반응했다. 딱 하는 파열음을 내며 좌측 외야로 날아간 타구는 파울라인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져나갔다. 평소라면 파울이 될 타구. 그러나 넥센 좌익수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더니 파울라인 근처에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며 슬라이딩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타구는 넘어지면서 내민 그의 글러브 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넥센의 절체절명 위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정후의 민첩한 수비가 잠시나마 넥센을 위기에서 건졌다. 이날 중견수 겸 1번타자로 선발출전한 이정후는 7회말 수비가 시작되자마자 좌익수 포지션으로 이동했다. 원래 좌익수였던 고종욱은 임병욱으로 교체됐고, 임명욱은 곧바로 중견수로 포지션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한수 앞을 내다본 교체였다. 발과 판단력이 빠른 이정후는 김용의의 빠져나가는 파울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가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며 한껏 달아오른 LG의 추격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점차 리드를 어렵게 지킨 넥센은 8회초 제리 샌즈의 적시타로 귀중한 한 점을 추가하며 앞서나갔다. 비록 연장 10회말 마운드의 난조로 LG 정주현에게 결승타를 허용하면서 4-5로 고배를 들었지만 이정후의 7회 수비는 경기의 모멘텀을 좌우할만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적시에 수비 포지션 변경을 지시한 넥센 덕아웃의 기지, 반드시 잡아야 하는 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잡아낸 이정후의 의지가 돋보인 캐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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