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가 다시 자동차로 인해 가족과 인생을 잃은 하워드, 가족의 몰락으로 내기 복싱에 나가 푼돈을 벌다 실명한 쟈니. 과거에는 벌판을 자유롭게 달렸지만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된 카이보이라는 직업을 가진 톰 스미스. 시련과 고통으로 인해 희망을 잃었던 세 남자는 경주마 씨비스킷과 만나며 새 삶을 꿈꾼다.
영화를 보면 착할 것 같은 감독이 있다. <빅><베토벤><데이브><고인돌 가족> 등의 각본을 쓰다가 <플레전트 빌>로 감독 데뷔했던 게리 로스가 그렇다. 그가 2003년에 발표한 <씨비스킷>은 현재까지 그의 경력의 정점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다.

게리 로스가 즐겨 다루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전통적인 주제는 고전 할리우드 시절을 연상하게 만든다. 선한 주인공들과 조화로운 연기에 아름다운 자연 배경과 감동적인 음악이 더해진다. 게다가 <씨비스킷>은 용기와 도전 그리고 성취를 더해 놓아 보는 이가 감동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로라 힐렌브랜드가 명마 ‘씨비스킷’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씨비스킷>의 원작이다. 대공황 이후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있던 1930년대 경기부양을 위해 부활된 경마가 미국인들의 관심거리가 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삶이 힘든 순간에 세 남자가 한 마리의 말을 통해 연결되고 이들을 사람들은 통해 다리가 부러진 기수와 인대가 끊어진 말이 이루어내는 기적을 보게 된다. 희망이라는 이상한 힘은 비단 공황에 처한 사람 뿐 아니라 인간에게는 언제고 필요한 것이어서, <씨비스킷>은 작지만 꿈을 이루려는 자를 위한 찬가가 된다.
<씨비스킷> DVD의 영상은 100퍼센트 만족스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백과 컬러 그리고 기록 사진이 찬란하게 조화를 이룬 화면은 매우 안정적이다. 섬세한 부분까지 묘사가 잘 돼 있으면서도 디지털의 날카로운 맛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랜디 뉴먼은 예전엔 멋진 가사로 명성을 날렸던 가수였는데, 영화음악의 영역으로 옮아온 이후의 작업성과도 상당하다. 그가 <씨비스킷>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기타 솔로에 가까운 스탠더드 팝부터 관현악이 어우러진 고전적인 것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DVD에 담긴 소리도 영상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다.

부가영상 중에선 제작과정을 담아놓은 ‘`Bring the Legend to Life’가 가장 볼 만하다. 배우와 원작자, 제작자, 스탭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각자 짧게 설명하고 있어서, 흐름도 경쾌하고 지겹지 않다.
그리고 ‘Racing through History’는 1930년대 미국 경마 열풍의 기록인데, 1938년 신문지면을 가장 많이 장식한 게 루즈벨트나 히틀러가 아닌 씨비스킷이었다는 건 재미있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 담긴 ‘Seabiscuit vs. War Admiral’은 1938년 당시 엄청난 관심을 불러모았던 두 말의 일대일 대결이 담긴 실제 기록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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