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조국에 당당하게 겨루겠다는 '쌀딩크' 박항서(59)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의연한 자세로 한국전을 치렀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한국에 1-3으로 패하며 동메달결정전으로 밀렸다.
경기 전까지 한국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던 박 감독이라 경계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를 보좌하는 이영진 코치도 황의조(성남FC)를 K리그에서 경험해봐 8강까지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수비력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벤치에 착석한 박 감독은 국가 제창이 시작되자 담담한 표정으로 베트남 국기를 바라봤다. 이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태극기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했다. 조국에 대한 에의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박 감독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움직였다. 특유의 열정을 앞세워 벤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독려했다. 베트남 선수들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베트남은 8명이 수비하며 한국의 공격을 막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7분 이승우, 28분 황의조의 골이 터지자 베트남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박 감독은 계속 지시하며 정상적인 경기를 강조했다.
재미난 장면도 있었다. 44분 이승우가 넘어지며 부상 치료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자 벤치로 선수들을 불러 작전을 지시했다. 공교롭게도 박 감독 옆에는 스로인을 준비하던 손흥민이 있었다. 한국어로 지시를 하니 손흥민이 작전 지시를 듣는 것처럼 보였다. 손흥민이 옆에 있는 것을 몰랐던 박 감독은 이후 등을 두 번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후반에는 박 감독의 선수 기용술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박 감독은 교체하는 선수마다 골을 넣는 등 결정력을 보여줬다. 이승우의 추가골로 경기 분위기가 기울어지던 25분 트란 딘 트롱이 프리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시작 후 교체 카드로 넣었는데 적중한 것이다.
이후에도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하라고 소리쳤다. '모 아니면 도'였다. 지친 한국을 속도로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 한국 수비가 조금씩 흔들리는 등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 소위 '졌지만 잘 싸운 경기'를 만들며 사상 첫 동메달 도전이라는 과제와 다시 만나게 된 박 감독이다.
/보고르(인도네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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