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의 2018 러시아월드컵이 아쉽게 종료됐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독일과 마지막 경기를 2-0 승리라는 놀라운 결과로 끝내면서 다음 대회인 2022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한국 월드컵 역사를 넘어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것은 예상 이상의 성과였다. 선수들의 투혼과 집념이 전차군단 독일을 압도했다.
하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개운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난 7월 선임된 뒤 어렵게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했고 시간 부족이라는 한계를 겪으면서 본선을 대비했다.
신 감독의 어려움은 내, 외부적인 여건과 맞물렸다. 지난해 10월 평가전이 대표적이었다. K리거들이 차출되지 않은 오직 해외파로만 구성해 모로코, 러시아전을 치렀다. 결과는 2전 전패였다. 선수들이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월 국내에서 열린 콜롬비아, 세르비아 평가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원톱으로 실험했다. 나름 완전체로 처음 A매치를 치렀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단 두 경기로 틀을 잡기에는 미흡했다.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K리거를 중심으로 나서 일본을 꺾는 등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신욱(전북 현대)이라는 장신 공격수 활용법을 찾았다.
문제는 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전지훈련이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 1~2월 사이 약 2주 정도 전지훈련이 가능하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예외 규정으로 훈련이 열렸지만, 오히려 K리거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역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대표팀의 중요한 축이었던 전북 현대 선수들은 제대로 휴식 없이 2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3월 K리그 개막으로 사나흘 간격의 일정을 소화했다. 선수들이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3월 북아일랜드, 폴란드 원정 평가전에서는 플랫3 수비에 기반을 둔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을 시도했다. 권창훈(디종FCO)을 축으로 꽤 괜찮은 공격 전개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진수(전북 현대)를 부상으로 잃었다. 김진수의 부상은 월드컵까지 도미노로 이어졌다. 게다가 플랫3 수비 무용론까지 나왔다. 측면에서 뚫리며 실점하는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5월 소집 후 월드컵 직전까지 네 차례 평가전 역시 대표팀 입장에서는 다양한 전형에 기반을 둔 공수 겸장의 전술을 장착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로는 불안정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전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았고 대표팀의 틀이 되는 전술이 무엇인지도 보이지 않았다. 선수가 뛰면서 적응했다.
이는 본선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3경기 모두 포메이션과 선수 활용법이 달랐다. 스웨덴전에서는 너무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면서 유효슈팅 하나 제대로 못하고 0-1로 패하는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가정법이지만 정상적인 경기를 이어 갔다면 이라는 물음이 쏟아졌던 이유다.
멕시코전에서야 한국 특유의 속도를 앞세운 공격으로 대응했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다. 손흥민이 종료 직전 골을 넣으며 1-2로 패했지만, 수비 대응에 대한 안타까움이 동반됐다. 이후 독일전에서 있는 힘을 다 쥐어짜 90분까지 0-0으로 이어가다 세트피스와 역습에서 골을 넣으며 승리를 얻었다.
뒤늦은 승점 3점은 앞선 두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신 감독이 다양한 방식의 전술을 만들었지만, 단기간에 익히기에는 부족했다. 세트피스도 수십 가지였지만, 역시 결과적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 감독 나름대로 최대한 역량을 발휘했지만,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한국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4년이 걸려도 제대로 정착시키기 어려운 것이 자기 스타일이다. 7년 동안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앞세워 '늪 축구'를 뿌리 내린 이란처럼 긴 인내와 학습이 필요한 대표팀이다.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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