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말 그대로 '깜짝 신인'의 등장이다. 연기 이력이 전무한 신예가 세계적 거장 이창동의 신작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공개된 영화 속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어느 영화에서도 얼굴을 보인 적 없는 신인 전종서의 얼굴이 안기는 낯섦은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 고독과 무력감을 안고 살아가던 인물 해미 역에 보다 드넓은 상상을 더하게 만들었다.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버닝'으로 칸 현지를 바쁘게 누비고 있는 전종서를 직접 만났다.
18일(이하 현지시각)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해변 모처에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가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다. 지난 16일 칸에서 첫 선을 보인 뒤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은 배우 전종서는 지난 16일 영화가 첫 선을 보이던 프리미어 레드카펫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는 "너무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분위기였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세계적 거장 감독과 함께 영화 데뷔를 치른 행운의 주인공이지만, 아직 전종서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흔하다면 흔할 CF 모델 활동 이력도, 조단역 경험도 없는 '진짜 신인'이기 때문이다. 이날 전종서에게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그간의 고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버닝'의 오디션을 거쳐 해미 역에 캐스팅된 당시의 이야기도 전했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다녔지만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서 학원에도 다니고 선생님도 만났죠. 활동을 하고 싶어 회사도 찾아보는 등 그 여정이 길었어요. 오디션을 보고 주말을 보낸 뒤 감독이 찾는다고 해서 얼떨결에 감독님 사무실에 가게 됐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셨고 제 성장 과정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인지에 대해 호기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감독에게 자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줬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전종서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과거의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매 시기 내 모습이 계속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그런 부분들을 많이 말씀드렸다"며 "그것을 흥미롭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인척들이 거주 중인 캐나다를 자주 오갔다는 전종서는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한국에 돌아왔다. 학사시스템의 차이로 한국 고등학교에 또래보다 2년 늦게 들어가 학창시절 내내 두 살 어린 동급생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그러다 대학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상상과는 다른 교육 과정에 실망했다. "다들 뭔가를 배우고 있지만 그것을 배우러 온 것 같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는 것이 전종서의 이야기다. 그는 "나 스스로 재밌어야 힘들어도 몰두할 수 있는데, 학교에선 그런 것을 얻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노력과 기다림 끝에 '버닝'으로 빛을 본 전종서는 이 곳 칸국제영화제에 온 감흥을 묻는 질문에 "천국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이는 꼭 세계 영화인들이 꿈의 축제로 삼는 영화제에 초청돼서만은 아니었다. 전종서는 "선배들과 함께 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많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영화제에 왔기 때문에 '천국같다'고 한 건 아니에요. 영화제, 혹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일이 저는 많이 불편하고 어색하거든요. 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 자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해서요. 분명한 건, 같이 고생하면서 저를 예쁘게 봐 준 분들과 같은 영화로 한 장소에 있고, 그 안에서 이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 순간들이 소중해요. 이 감정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지만 여기서 인터뷰를 하며 느끼는 것들, 그리고 '버닝'이라는 영화 자체가 제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버닝' 속 연기를 통해 충무로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신인 배우가 탄생했음을 알린 그는 차후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전종서는 "연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잃으면 안 되지 않나"라며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싶다"고 답했다.
"제가 지금 이 나이대로 이 시대를 사는 여자아이로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당장 제 주변부터 제 연기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보고 느끼는 것을 잘 정리하고 싶어요. 나 스스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싶어요."
한편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 폐막식을 열고 수상작(자)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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