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것, 즉 자신감은 승부의 행방을 결정짓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스포츠심리학자 도쿠나가 미키오(79) 교수가 지난 2000년 규슈대학 건강과학 저널에서 발표한 '스포츠 선수의 심리적 경기 능력에 따른 성별차, 경기 레벨차, 종목차'란 논문에선 자신감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명문화되어 있다.
도쿠나카 교수는 스포츠선수 1천9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큰 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에게선 자신감과 작전능력이 현저하게 좋게 나타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감이 경기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증명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소 또한 다양하겠지만 상대전적과 기록에서 유발되는 자신감이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최근의 예라면 김재영(25, 한화 이글스)을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동안 8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승패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KBO리그 챔피언을 상대로 한 호투였다.
깜짝 호투는 아니다. 상대전적을 보면 그가 KIA를 상대로 유달리 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2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0.69다. 그가 상대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을 뿐더러 이 시즌 그가 기록한 평균자책점인 4.54보다도 현저히 낮은 기록이다. 피안타율은 2할6푼5리로 9개 구단 가운데 네번째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바꿔말하면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용덕(53) 한화 감독도 이 기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경기 전 김재영에 대해 “상대전적은 무시할 수 없다. 잘 던져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결국 한 감독의 말대로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는 8개의 안타를 맞으면서도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직전 등판인 지난 1일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4.1이닝 7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
김재영은 경기가 끝난 후 지난 시즌 KIA를 상대로 좋았던 성적과 이날 경기의 호투에 자신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는 말에 “아무래도 더 자신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KIA를 상대로 어느정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재영은 데뷔시즌인 지난 2016시즌만 해도 KIA전에서 1.1이닝동안 4실점(3자책)한 것이 KIA를 상대로 한 기록의 전부였다. 그러나 2017시즌 반등에 성공했고 2018시즌 첫 대결에서도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록을 유지해 '천적' 관계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김재영의 자신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한화 팬들에겐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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