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불운과 비운,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셋인 임효준(22, 한국체대)에게는 아픈 수식어가 붙어 있다. 재능은 충분하지만 중요한 시기에 부상이 따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임효준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빙상부와 인연을 맺었다.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져 수술을 받은 뒤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4학년 때 6학년 형들을 압도하며 쇼트트랙 종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중학교 1학년 정강이뼈 부상으로 1년 반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전국 대회 중등부를 휩쓸었다. 3학년 때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동계유스대회에서 1,000m 금메달, 5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상승세를 타던 임효준은 고교 2학년 때 오른 발목이 크게 돌아가 골절 부상 진단을 받았고 6개월 후 오른 발목 인대가 끊기고 손목도 골절됐다. 총 부상 횟수만 따져봐도 7번이나 된다. 재활의 연속이었고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했다.
포기를 모르는 임효준이었다. 그는 "정말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꿈꿔왔던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그 자체가 기쁘다"며 확실한 동기부여로 올림픽 선발전에 등장했다.
임효준은 기존의 쇼트트랙 중심이었던 이정수, 박세영 등을 밀어내고 지난 4월 올림픽대표 선발전에 나서 출전권을 따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다. 임효준은 "부상을 당하는 순간마다 쇼트트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저 그런 보통 선수로 끝내기에는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악물고 도전했음을 전했다.
선발전 통과 후 10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1,000m와 1,500m를 모두 우승했다. 500m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스케이트 날 들이밀기로 웃었다.
화려한 임효준의 등장에 빙상계에서는 "쇼트트랙 천재가 나타났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단거리, 장거리 가리지 않고 모두 소화 가능한 임효준의 능력에 대해 흥미도 있었다.
1차 월드컵에서 올림픽 출전 점수를 획득한 임효준은 허리 부상으로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아 2, 3차 월드컵을 걸렀다. 4차 대회를 통해 복귀해 남자 계주에 나섰고 네덜란드를 0.136차로 따돌리고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2014~2015 시즌 3차 월드컵 이후 3년 만의 금메달이라 감격은 남달랐다.
이 대회는 평창의 시작점이었다. 남자 대표팀은 2014 소치 대회의 노메달 수모를 알면서 잊고 있었다. '명예회복'을 벼르고 별렀고 팬들의 함성을 앞세워 시작 첫날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과정도 좋았다. 예선을 손쉽게 통과한 뒤 준결선에서는 2분11초389로 1위를 차지했다. 2분11초469로 2위에 오른 황대헌(19, 부흥고)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임효준은 화끈했다. 5위로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하다 8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이후 황대헌이 넘어졌지만 앞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치고 나갔고 2분10초485,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효준은 지난달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대표팀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올림픽에서는 관심이 쏟아지도록 하겠다"고 소리쳤다. 허리가 완벽하게 낫지 않은 상황에서 패기와 의지로 스스로 금메달을 만든 임효준의 환상적인 올림픽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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