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파죽지세(破竹之勢)'
대나무를 쪼개는 듯한, 마치 아무것도 막을 것이 없을듯한 강한 기세를 의미한다. 원주 DB가 꼭 그렇다.
DB는 25일 부산 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배 KBL 1라운드 부산 kt와 경기에서 김주성의 극적인 버저비터에 힘입어 79-77로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이 승리로 개막 5연승을 달렸다. 김주성의 골이 터지자 선수들이 모두 코트로 달려나와 자축했다. 단독 1위를 굳건히 한 것은 덤이었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DB가 '잘 나가는' 가장 큰 요인은 디온테 버튼의 활약이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8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2턴오버를 기록했다. DB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과 어시스트인데 주목할 것은 어시스트 능력이다. 이날 출전한 DB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가드도 아닌, 그것도 외국인선수가 다섯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을 잡고 빼줘야할 타이밍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날 가드로 출전한 맹상훈이 유연하게 움직이자 버튼이 탑에서 이를 포착하고 공을 빼주는 장면이 많았다. 맹상훈은 이 패스를 두 개의 3점슛으로 연결했다.
물론 버튼의 활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선수 개개인이 저마자 제역할을 해주고 있다. 벤슨은 이날 15득점을 올린 것은 물론 18리바운드를 따냈다. 공격 리바운드가 8개나 될 정도로 엄청난 골밑 장악력이었다. 볼 소유권을 잃은 후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스피드나 적극성이 지난 시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베테랑인 김주성은 지난 시즌부터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는 3점슛을 이날도 두 개나 터뜨렸고 막판 극적인 팁인으로 팀의 역전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안팎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올해 주장으로 선임된 김태홍, 지난 해 신인 드래프트로 팀에 가세한 서민수, 맹상훈의 활약도 좋다.
김태홍은 이날 10득점 5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코트에 몸을 던지는 과감한 플레이는 이날도 빛났다. 현재까지 평균 26분을 뛰며 9.4점 4.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데 모두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동부의 유니폼을 입었던 서민수도 올 시즌 DB의 새로운 발견이다. 이날은 4득점 4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올 시즌 평균 31분 34초를 뛰면서 9.2점 7.2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팀의 주축으로 올라선 모양새다.
지난 해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선발된 후 "앞에 선발된 선수들 모두 뒤쳐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발언으로 관심을 받았던 맹상훈도 올 시즌 드디어 조금씩 기회를 얻고 있다. 탑에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8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그간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던 센터 유성호도 DB에선 출전시간을 부여받으면서 제몫을 하고 있다. 이날 1쿼터 종료 직전 3점슛을 터뜨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그간 사용하던 '동부'라는 이름에서 DB로 팀명을 바꿨다. 감독도 '리빌딩의 대가'로 불리는 이상범 감독을 데리고 왔다. 뭔가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허웅은 군에 입대했고 웬델 맥키네스는 kt로 갔다. 분명 올 시즌 개막전만 해도 리빌딩 여파로 최하위로까지 지목받았던 그들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올랐고 이상범 감독은 '덕장'으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무서운 기세가 KBL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신바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은 기분좋게 DB의 선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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