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데뷔 20년 동안 음악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큰 선물이죠. 죽을 때까지 우리는 유리상자입니다. 상자를 잘 닦아서 좋은 것들만 담아 보여주겠습니다."
남성듀오 유리상자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깨끗한 음색과 서정적인 가사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유리상자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도 노래하고 있다.
유리상자(박승화, 이세준)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20주년 기념 앨범 '스무살' 발매 기념 음감회를 열고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데뷔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음악활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리상자는 '순애보',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현재까지도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듀오로 인정받고 있다.
유리상자는 "데뷔해서 20주년을 큰 어려움 없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다. 이번 음반이 우리에게 주는, 또 유리상자를 20년 동안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선물 같은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음감회가 열린 학전블루 소극장은 유리상자가 20년 전 인 97년 9월 첫 공연을 열었던 의미있는 장소다. 유리상자는 "관객들이 가득 메운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꿈이었다. 유리상자로 처음 공연하기 10분 전, 문 틈으로 무대를 봤다. 관객들이 얼마만큼 앉아있는지 궁금했는데, 가득 앉아계신 분들을 보고 하이파이브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고 돌이켰다.
유리상자는 20년 동안 팀 불화나 해체설 등 내홍이 없었던 팀이기도 하다. 남달랐던 팀워크의 비결로 '적당한 무관심'이라는 말로 장난스럽게 표현했지만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승화는 "우리는 서로 가족보다 많이 본다. 형제, 가족들을 서로 살아가는게 바빠서 일년에 몇 번 못보지만 우리는 가족보다 훨씬 더 많이 만나고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준은 "다른 의미로 가족 같은 건 너무 친하지 않은게 좋은 것 같다. 형제들은 오히려 밖에서 만난다"라며 "서로 사생활을 공유하지 않은게 롱런한 비결이 아닌가 싶다. 후배들이 어떻게 오래했냐고 물어보면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한다. 돈 문제, 여자 문제가 없었던 게 롱런의 지름길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승화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무관심한 건 아니다. 무관심 속에서 많은 배려와 이해가 있다. 안 보니까 더더욱 걱정해 주는게 있다"고 말했다.

유리상자의 지난 20년의 음악이야기를 담아낸 이번 앨범에는 지난 8월 11일 선공개 되었던 '신부에게', 타이틀곡 '선물'을 포함해 유리상자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5트랙과 신곡 5트랙으로 구성됐다. 유리상자의 데뷔곡인 '순애보'와 지금의 유리상자를 만들어준 대표곡 '사랑해도 될까요', '신부에게', '처음 주신 사랑', '좋은날'을 원곡과는 다른 현대적인 사운드로 새로이 재탄생시켜 수록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선물'은 이세준이 직접 작사하고, 박승화가 작곡한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마음을 서정적인 가사와 유리상자 특유의 달달한 보이스가 귓가를 사로잡는다.
유리상자표 서정적인 음악에 대해 "왜 우리들의 취향이 변하지 않겠냐"라며 "유리상자는 혼자가 아니고 두 사람의 교집합이 유리상자의 정서였던 것 같다. 솔로를 하면서 유리상자와는 다른, 하고 싶었던 음악을 통해 해소하고 나면 유리상자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변화를 시도한 7집 앨범에 처참한 결과가 있었다. 유리상자는 하던 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준 것 같다. 유리상자표 음악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들이다"고 말했다.
유리상자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노래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작은 소극장을 찾아와주는 관객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상실감이 아닌 고마움이다.
박승화는 "유리상자로 온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더 히트가 되고, 더 반짝이고 그런 욕심은 없다. 이렇게 함께 대중들과 쭉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이세준은 "꿈을 갖는 건 좋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클 때는 상실과 좌절감이 있다. 메가 히트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치열하게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과 10년 20년 이어지면 고맙다"고 말했다.

유리상자는 과거의 인기와 비교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공연하고 음악을 할 수 있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이세준은 "5집까지는 20만장을 넘으면서 잘 나갔는데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했다. 어떤 가수들은 잘 못 견딘다. 몇 천명 들어가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다가 몇백명 들어가는 공연으로 못 줄이더라. 좌절감이 크다고 한다. 우리는 성격 탓인지 그런 것을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워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예전만 그리워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행이다. 작은 소극장 공연이 날짜도 적어지고 공연 횟수도 줄어들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묻자 "지금도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데뷔 하면서 공연을 많이 하는 팀으로 활동해왔다. 김광석 선배가 이뤄놓은 1천회 공연을 보며, 후배로서 박수를 많이 쳐줬다. 우리도 열심히 했는데 700여회를 했다. 20년 동안 해왔는데 천회를 하려면 얼마나 더 해야할까 생각한다"며 공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유리상자라는 팀은 멤버 한 명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애틋함을 표하기도 했다. 유리상자는 "남자 듀엣 중에 20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불화 없이, 꾸준히 온 팀이 없다. 1,2년에 한두장씩 꾸준히 발표하는 건 우리밖에 없다.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유리상자를 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리상자는 이날 오후 6시 20주년 기념 앨범 '스무살'을 발매하고, 20년 전 첫 공연을 가졌던 대학로 학전 블루에서 1일부터 3일까지 총 3회의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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