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에 오니까 저에게 인사하는 (후배들이) 많더라고요."
수원 삼성의 왼쪽 윙백 김민우(27)는 2010년 사간 도스(일본)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224경기(일왕배 포함)를 뛰었다. J2리그(2부리그) 시절부터 시작해 2012년 J리그 승격의 영광을 함께 누렸다.
나이를 먹어가던 김민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내년이면 입대가 불가피, K리그에서 최소 1년은 뛰어야 했고 가장 좋아했던 수원을 선택했다.
◆'사간 도스'의 남자 김민우 '푸른 피'를 묻히다
김민우가 사간 도스와 이별을 하던 순간은 짠했다. 사간 도스 팬들은 김민우에게 언제라도 돌아오라며 그를 레전드로 떠받들었다. 김민우의 성장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애정이 컸다. 특급 대우를 받았던 사간 도스를 뒤로하고 수원으로 이적해서 공식 경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사간 도스를 만나 교류전을 치르는 기회를 얻으며 이별이 현실이었음을 재확인했다.
김민우를 만난 지난 26일은 수원이 K리그 클래식에서 5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뛰어오른 뒤 사흘의 짧은 휴가를 끝내고 화성 클럽하우스로 선수단이 복귀하는 날이었다. 22~23라운드 연속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는 등 상승세였다.
수원에 와서 딱 반년 만에 완벽하게 녹아든 김민우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사실 그는 공격 능력이 좋은 측면 공격수였다. 수비보다는 공격 재능이 더 뛰어나다. 측면 미드필더를 봤으면 봤지 수비까지 하는 풀백이나 플랫3의 날개인 윙백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수원은 김민우를 영입하고도 고민이 많았다. 홍철(상주 상무)이 입대를 한 뒤 전문 왼쪽 수비수가 필요했지만, 김민우의 수비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수원은 지난해부터 이길 경기를 수비 불안으로 비기거나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정원 감독도 이 부분을 고민했다. 서 감독과 김민우는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으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팀을 이끌었고 서 감독은 코치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홍 감독 대신 서 감독이 어머니 역할을 했고 김민우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그래도 친분과 경기력은 별개의 문제. 김민우도 이 점을 알고 처음 나서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힘을 쏟아냈다. 그러다 3월 14일 이스턴SC(홍콩) 원정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해 한 달 동안 치료에 매달려야 했다.
"ACL도 처음이고 K리그도 마찬가지라서 초반에 너무 과하게 뛴 것 같았다. J리그와 달리 K리그는 정말 힘이 있고 빠르다. 그래서 적응이 조금 힘들었다. 나도 이제는 어린 선수에서 베테랑으로 가는 시점에 있는데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숫가루와 복분자를 섞어 먹는 등 나름대로 몸 관리를 한다. 몸에 열이 많은데 이를 떨어트리기에 좋다고 해서 그렇다."
서 감독과도 "어린 시절 함께 했고 지금 다시 만나게 됐다. 수원은 내가 좋아했던 팀인데 이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 친근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보여주시는 순간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팬 야유, 당황의 연속이었지만…
수원 생활 초반은 얼떨떨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초반 경기력에 서포터 그랑블루는 야유를 쏟아냈다. 맏형 이정수가 팀을 떠나는 후폭풍까지 있었다. 사간도스에서 야유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김민우 입장에서는 당황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얼떨떨했다. 팬들의 야유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런 분위기도 선수단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선수들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스스로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격려가 아니라 야유를 들으니 당황이 됐다."
사간도스 팬들은 직접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원정 관전을 온다. 김민우도 익숙한 팬들이 보여 손을 흔들어주는 등 예를 갖추고 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 보면 얼굴을 아는 팬들도 있더라. 그래서 더 수원에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한다"며 자부심과 자존심 두 가지 모두를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우는 공간 이해도가 뛰어난 측면 자원이다. 훈련에서도 앞선의 염기훈이나 조나탄, 다미르 소브시치에게 자기 생각을 강하게 표현한다. 이런 활발한 토론 덕분에 좋은 장면도 나온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 22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2라운드였다. 2-0으로 앞선 후반 25분 조나탄의 해트트릭 중 두 번째 골이 터지는 과정이었다. 다미르가 수비 사이로 절묘한 패스를 했고 뒷공간으로 들어갔던 김민우가 잡아 골지역 왼쪽으로 침투하는 조나탄에게 정확하게 연결, 도움을 기록했다.
"어떤 장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말을 하는 편이다. 기회가 나면 최대한 좋은 움직임과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격에 활발하게 가담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인데 그게 내 특징적인 움직임이다. 누군가(홍철)와 비교를 당하는 것보다는 그저 내가 할 것에 집중한다. 수비는 다 같이 하는데 공격 시에는 내가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수원의 좋은 흐름에는 김민우의 공격 능력이 폭발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6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나선 10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5골 2도움의 절반이 넘는 것이 시즌 중반부터 나왔다.
중위권에 있던 수원은 승점 42점으로 울산 현대에 다득점에서 앞선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위 전북 현대(47점)에는 5점 차이다. 흐름을 유지한다면 리그 우승도 가능한 조건이다.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은 2008년이다. FA컵 우승을 지난해 했지만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 시절 봤던 수원은 정말 강력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팀으로 뭉쳐 이겨내는 것이 수원이라고 생각한다. (무승이 길어지던) 초반에는 선참들도 그렇고 모두가 노력했다. 지금은 다 이겨냈다."
◆프로 입문 후 인연이 없는 '그것'과 꼭 마주하고 싶은 욕망
수원의 강력함을 찾고 싶은 것이 김민우의 마음이다. 소위 '수원 부심'의 회복이다. 전북이 주름잡고 있는 구도를 깨고 싶은 간절함이 있고 FC서울에도 밀리지 말아야 한다.
"이 팀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최근의 우승 없는 흐름은) 아쉽더라. 나도 수원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선수도 그런 마음을 갖고 팀 생활을 하리라 본다. 예전의 수원으로 점점 되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전북을 꼭 이기고 싶다. 올해 두 번 겨루기에서 모두 0-2로 졌다. 전북을 넘지 못하면 1위는 고사하고 우승의 길에서 멈춰서야 한다. 유독 전북만 만나면 푸른 날개가 '닭 날개(?)'가 된다.
"내 왼발이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염)기훈이 형의 왼발이라도 승리를 이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나만 챙기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더 우승을 위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타이틀보다는 팀 우승에 더 욕심이 생긴다. (사간 도스보다) 수원이 더 우승 가능성이 있다. 고교 시절에야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프로에 와서 해본 일이 없다. 정말 해보고 싶다."
"프로 생활 하면서 5연승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 아니, 욕망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올해 꼭 무엇이든 우승을 하고 싶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이 적기라면 그래야 한다."
우승하려면 관중이 더 많아야 한다. 수원은 23라운드까지의 평균 관중이 7천665명(12경기)이다. 지난해 총 평균 관중 1만643명에서 3천명이나 빠졌다.
"더 많이 와주시면 좋은 느낌이 들 것 같다. 응원은 정말 최고다. 일본 기준으로 본다면 우라와 레즈 느낌이다. 지난해 성적 때문에 관중이 많이 준 것 같은데 현재 분위기를 느끼고 많이 와주셨으면 한다."
현재의 기량이라며 김민우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선발 가능성도 있다. 김민우의 마지막 A매치는 2015년 8월 5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전이었다.
그를 두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기술위원이기도 한 서 감독은 흥미로운 말을 던졌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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