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주말 3연전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다.
일부 지역은 34.8도를 기록했고 국민안전처에서 서울 지역에 첫 폭염경보를 내릴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롯데와 넥센의 맞대결이 열린 장소는 돔구장이라 바깥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장 안에서 마치 더위먹은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두팀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KBO리그에서 롯데 선발투수 노경은이 타석에 두 차례나 들어선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롯데가 경기 전 제출한 오더와 그라운드에 나선 선발 라인업의 수비 위치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기용한다고 했고 대신 1루수에는 최준석이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뒤 고척 스카이돔 전광판에 들어온 롯데 포지션은 달랐다. 최준석이 1루수 겸 3번타자로 이대호가 지명타자 겸 4번타자로 각각 표기가 됐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1회말 소속팀 공격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필했다. 항의가 받아들어졌고 롯데는 결국 지명타자 없이 남은 이닝을 치러야했다. '4번타자' 이대호는 1회초 한 타석만 나온 뒤 경기에서 빠졌고 그자리에는 선발투수 노경은이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
졸지에 '투타겸업'을 하게 된 노경은은 4회초와 6회초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 2003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타자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그는 타석에서는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마운드 위에서는 선발로 제 몫을 다했다.
그는 7회초 무사 1, 2루 상황애서 두 번째 투수 장시환과 교체될 때까지 6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며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롯데는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넥센에게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 타선은 이날 제이크 브리검과 김상수가 이어 던진 넥센 마운드 공략에 애를 먹었다. 1회초 전준우가 선두타자 홈런(올 시즌 6번째·KBO리그 통산 241번째·개인 5호)을 쏘아 올리며 기선 제압했지만 5안타로 묶였다. 오더 문제로 교체된 이대호의 빈자리가 더욱 커보일 수 밖에 없었다.
롯데 구단 측은 지명타자가 없어진 해당 상황에 대해 "출전 선수 명단 제출과 현장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은 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날 경기 전 거쳐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지명타자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KBO리그에서도 투수가 타석에 나서는 경우는 종종 있다. 대부분이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할 경우나 예상치 못한 선수 부상이 일어났을 때 그렇다. 하지만 롯데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처음부터 공격 옵션 하나를 떼고 경기를 치렀다.
이 부분은 결국 롯데가 연패를 4경기째 이어간 큰 원인이 됐다. 롯데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을 계속 맞아야 했고 선수 교체와 기용에 있어 넥센과 비교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 가용 전력을 다 동원해도 모자를 판에 가장 중요한 4번타자를 날린채 속절없이 경기를 내준 롯데다.
더위를 먹어도 단단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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