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는 왜 '옥자'일까…봉준호가 답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의 주인공 옥자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돼지와 하마를 섞어놓은듯한 생김새, 때로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 더없이 친숙한 이름까지, 영화의 타이틀롤이 된 캐릭터 옥자의 탄생기를 들어봤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한국 취재진 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동물 옥자의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자, 미자는 할아버지(변희봉 분)의 만류에도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캐릭터의 이름을 '옥자'로 짓게 된 계기부터 대사 아닌 소리만으로 옥자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 큰 덩치에도 유순한 인상을 주는 옥자의 이미지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렸다.

제목을 '옥자'라 지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감독은 '비트'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옥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에게 들은 말을 먼저 전해 웃음을 안겼다. 다음 작품의 제목을 묻는 김 감독에게 "옥자"라 답하자 그로부터 "내 어머님이 옥자인데"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봉준호 감독은 "실제 어머니 세대에 많이 있는 이름이다. 일제의 잔재이기도 한 '자' 돌림인데, 실제 옥자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극한의 촌스러움을 가진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고 답했다.

'촌스러운' 옥자가 영화 속 다국적기업의 유전자조작 실험으로 태어난 동물의 이름이라는 점은 감독이 의도한 의외성이다. 봉준호 감독은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우리가 항상 영화 찍을 때 안어울리는 걸 섞어놓는 일을 좋아한다"며 "사람들이 '제목이 '옥자'인데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이 나온다'고, '뭐냐'는 질문을 하더라. 오히려 그런 제목, 가장 촌스러운 작명을 즐기는 편이고 그 외 상징적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영화 속 옥자는 소녀 미자의 수십 배가 될 법한 덩치를 했지만 생김새는 결코 사납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처음 머릿속에 상상할 때, 덩치는 큰데 내성적인, 억울하게 생긴 얼굴을 생각했다"며 "'뭐가 억울하고 뭐가 슬플까. 누가 쟤를 힘들게 하는거야' 하면서 스토리가 발전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괴물' 속 괴물의 이미지를 맡았던 크리쳐 디자이너 장희철은 옥자의 외양을 완성한 사람이다. 봉 감독은 "마이애미에 가면 매너티라는 동물이 있는데, 그 얼굴을 디자이너에게 줬다"며 "가장 수줍고 순하고 순둥이 같은, 남이 공격해도 당하기만 하는 억울하고도 순한 동물의 인상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돼지, 하마, 코끼리 등 여러 요소가 섞여있는데 얼굴 느낌은 순하게 생긴 매너티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통해 연기를 펼쳐 온 배우 이정은은 옥자의 목소리를 맡았다. 영화 '괴물'의 괴물 목소리를 배우 오달수가 연기했듯, 감독은 이번에도 영화 속 크리처의 목소리를 출중한 연기력의 배우에게 맡겼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약해 온 이정은은 봉 감독에게 옥자 목소리를 연기할 적임자였다. 두 사람은 '마더'에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이정은을 가리켜 "좋은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연기를 한다는 건 목소리를 콘트롤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하루 종일 돼지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하는 등 배우가 너무 깊게 몰입해서 미안했다"고도 알렸다. 숨을 들이쉬며 소리를 내야 했던 녹음 과정을 돌이키면서는 "감정을 실어가며 소리를 내야 하니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메이킹 필름을 보면 감탄할 것이다. 이정은 덕에 섬세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감독에 따르면 이정은은 옥자 목소리의 30% 가량을 맡아 연기했다. 감정이 실린 소리들을 주로 그가 맡았다. 그 외 분량은 뉴질랜드의 특수 동물들의 목소리를 따 활용했다. 음향 디자인은 '디스트릭트9' '반지의 제왕' 등의 사운드를 담당했던 데이브 화이트헤드가 맡았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 음향을 맡았던 인물이다.

한편 '옥자'는 오는 6월29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