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유다'가 된 이상호(FC서울)는 환호와 야유를 모두 받았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개막전은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1무 1패로 부진한 서울과 2무로 조금 아쉬운 수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특히 서울은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에만 5골을 헌납하는 등 2-5로 패하고 돌아와 최악의 분위기였다. 수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겨 승리가 간절했다.
양 구단을 관통하는 인물은 슈퍼매치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블루 소닉'으로 불렸다가 '레드 소닉'이 된 측면 공격수 이상호의 존재다. 보통 서울과 수원 사이에는 선수 이적이 거의 없는 편이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뛴 뒤 1999년 국내로 복귀하면서 원소속팀 안양LG(현 FC서울)가 아닌 수원을 선택해 '슈퍼매치'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법적 분쟁까지 갈 정도로 뜨거운 이적이었다.
그러나 직접 이적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백지훈(서울 이랜드FC), 2013년 이종민(광주FC)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직접 이적한 사례는 있다. 반면 수원에서 서울로의 직행은 이상호가 처음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주장 루이스 피구가 2001년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뒤 쓰레기 투척을 받을 정도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과 똑같은 사례다.
이상호의 경우 처음에는 환영 받는 이적은 아니었다. 이상호의 이적이 알려진 뒤 수원 팬들은 '배신자'라며 비판했고 서울 팬들은 과거 이상호가 서울을 빗대 비하하는 표현인 '북패(북쪽의 패륜)'라고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슈퍼매치에서만 3골 1도움으로 강했다는 점도 서로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었다.
경기 시작 전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양 팀 출전 선수 소개에서 이상호의 이름이 불리기 무섭게 서울 팬들은 '이상호'를 연호했다. 일단 서울의 선수가 됐으니 환영한다는 뜻이었다. 반면, 수원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적으로 만난 이상 자비는 없다는 자세였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의욕이 너무 과해서 가라 앉히라고 했다. 냉정해야 된다. 이런 경기에서 부담을 가지면 안되니 잘 뛰라고 했다.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던 선수를 만나는 수원 서정원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서 감독은 "라이벌 팀으로 이적을 하면 그런 (비난 받는) 요소들이 충분히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간다. 서울에 갔으니 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만약 이상호가 골을 넣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넣으면 뭐 그냥 보면 되는 것 아니냐"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상호는 볼을 잡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볼이 이상호 앞에서 끊기는 등 경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9분 김민우에게 실점하면서 경기가 꼬였다. 이상호가 수원 팬이 몰린 남쪽 관중석 근처로 오면 야유는 계속됐다. 전반 40분 이상호의 결정적인 슈팅이 신화용 골키퍼에게 막히자 수원 팬들은 일제히 이상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허탈하게 웃은 이상호는 후반을 기대했고 결국 수원 팬들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17분 윤일록이 페널티지역 왼쪽 밖에서 슈팅한 것을 골지역 중앙에서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이상호는 두 손을 흔들며 서울 팬들에게 이적 신고를 했다. 수원 팬들은 망연자실하며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이상호의 담담한 세리머니를 지켜봤다.
이상호는 교체 없이 끝까지 뛰었다. 공격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해주며 서울의 중요한 옵션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래저래 슈퍼매치의 이야기 하나가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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