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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 최초 14좌 완등 오은선"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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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유럽은 어릴 적부터 산행 시작...다시 태어난다면 14좌에 더 일찍 도전할 것"

[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남녀를 통틀어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8개를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파죽지세로 오른 여성. 그것도 산소를 쓰지 않고 무산소로 오른 괴력의 주인공.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세계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인정한 '산악 영웅'. 산악인 오은선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오은선이 지난 2010년 세계 여성 최초의 8,000m급 14좌 완등이라는 새 역사를 쓴 지 올해로 정확히 10년째다. 조이뉴스24는 오은선 대장을 만나 14좌 완등 10주년을 맞은 소회와 근황,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오 대장은 조이뉴스24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북한산 우이령길에서 개최하는 '희망찾기 등산·트레킹 교실'을 총지휘한다. 인터뷰는 <상> <하>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 대담 = 박동석 조이뉴스24 부사장 겸 편집국장

[영상 = 조이뉴스TV]

"남성 중심의 산악계에서 여성으로서 산을 오르기가 쉽지많은 않았지만 ,지금도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산악인 오은선 대장에게 "남자들도 어려운 14좌를 하는데 여성으로서 힘든 점이 무었이었는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여자라서 오히려 덕을 본 것도 있다"며 한 술 더 떴다. 통큰 여성 산악인의 한 단면이다. 오 대장은 14좌 완등 논란에도 그렇게 의연하게 대응해왔다. 그녀가 오른 진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필귀정. 결국 그녀의 등반에 대해 왈가왈부하던 남성 산악인들이 되레 좀스럽게됐다.

◆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산악인

오 대장은 국내보다 해외 등반계에서 더 알아준다. 네팔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히말라야에 걸쳐 있는 8,000m급 고봉 14좌를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완등했다.세계적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와 전설적인 산악기자인 영국의 고(故)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는 그녀의 14좌 완등을 인정하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오 대장은 지난 1993년 故 지현옥 등반대장이 이끈 등반팀 소속으로 한국 최초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으로 참가하며 고산 등반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2004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여성 최초 단독 등정하며 주목을 받았고 2010년 4월 27일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르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까만 고글과 두터운 우모복 대신 평상복을 차려 입은 오은선 대장이 뭔가 쑥스런 표정이다. 오 대장이 서울 마포구 스타카페 라부에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정소희 기자]
까만 고글과 두터운 우모복 대신 평상복을 차려 입은 오은선 대장이 뭔가 쑥스런 표정이다. 오 대장이 서울 마포구 스타카페 라부에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정소희 기자]

- 그렇게 산에 미치게 된 이유를 듣고 싶다.

"어릴 때부터였죠. 환경이 중요한 것 같아요(오 대장은 지리산 자락이 있는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군인이셔서 강원도에서 근무했어요. 한겨울 내리던 눈이 가장 기악나요. 눈송이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 "인수봉에서 바위타는 사람들을 멀리서 보고 산에 반해"

군 작전도로 사이로 내리는 눈이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서울로 전학을 왔어요. 5학년때 아버지와 가족 소풍을 도봉산으로 갔는데 인수봉이 보였어요.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보였어요. 그게 부러웠나봐요. 그때는 몰랐는데 산악인들이 꼬물 꼬물거리며 암벽을 오르는 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였어요."

- 산에 다니게 된 계기도 있을 것 같은데.

"이후 중학교(휘경여중) 다닐 때 휘경여고 축제에 놀러갔어요. 그런데 등산 장비가 전시된 걸 보고 초등학교 5학년때 기억이 소환된 거죠. 꼭 등산부를 들어가야갰다. 그런데 휘경여고를 못가고 다른 고등학교에 들어간거죠(웃음). 대학 입학 후 산악부를 처음에는 못 찾았어요.

1학년 1학기 말께 선배가 권유로 입부했죠. 처음엔 '베이스 캠프' 지킴이었어요. 당시에는 제가 전문적으로 산을 오르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등반 후 산악부 선배와 동기들 모습이 피곤해보이긴 한데 뭔가 좋아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아 저건 뭐지?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산과 인연이 시작된거죠."

- 요즘 바빠서 산행을 자주 못한다고 들었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등산학교 교육 때문에 산에 자주 못 갑니다. 스포츠클라이밍 지도자 과정을 이수중이라 정작 제 산행할 시간은 줄어들었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도 다 뒤로 밀린 이유도 있고요. 학교에서는 암벽등반과 캠핑 수업을 맡고 있어서 근교 산을 찾을 시간이 많지 않네요."

◆ "코로나19 때문에 14좌 완등 10주년 안나푸르나 트레킹 계획 무산"

-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를 완등한 지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10주년 축하 행사 계획이 있는지.

"벌써 그렇게 됐네요. 특별한 축하 파티같은 것은 생각 안했고요, 10주년 기념으로 지난해 KBS 현장 촬영팀과 기념으로 히말라야 트래킹을 준비했었어요. 네팔행 준비를 다 마치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떠나려했지요.

그런데 결국 못갔어요. 코로나19 때문이죠. 결국 지난 2월 일단 미루기로 결졍했죠. 이렇게 연기된 게 벌써 9개월이 지났네요."

오은선 대장이 서울 마포구 스타카페 라부에노에서 8,000m 14좌 완등 1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 = 정소희 기자]
오은선 대장이 서울 마포구 스타카페 라부에노에서 8,000m 14좌 완등 1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 = 정소희 기자]

- 다시 14좌에 도전하는 시기로 돌아간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다시 태어난다면 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어요. 외국의 경우 등반가로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10대때부터 산악에 입문하죠.

제가 대학때부터 등반을 시작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구요. 유럽에서 특히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런 얘기와 반응을 많이 접했어요. 그런데 유럽과 국내 산악 지형은 너무 다르고 차이가 분명히 있죠."

◆ 고산 등반하듯 공부에 도전...박사학위도 등정

- 도전을 즐기는 것 같다. 어려운 박사 학위를 딴 이유가 있나.

"등반쪽으로는 이제는 힘겹고요(웃음). 그래서 공부를 선택했죠. 머리 속을 채우고 교양도. 지식도 쌓고요. 처음에는 책상에 30분도 못앉아있겠더라구요. 힘이 정말 들어서요. 후회도 많이 됐어요. 그런데 얼굴이 알려지다보니 중간에 (공부를)포기를 할 수 없겠더라구요.

공인이라는 그리고 논란(칸첸충가 등정 관련) 한 가운데 있다보니 더 공부에 매진하게 되더라구요. 예전에는 좋은 소리든 싫은 소리든 다 듣기가 싫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5년 만에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에 바로 못들어가겠더라구요. 1년 정도 쉰 뒤 2015년 가을학기에 박사과정에 들어갔어요,"

- 박사 논문이 일반 논문과 다른 것 같다. 소개해 달라.

"네. 지난 2월 졸업했죠. 산악계 내부인의 관점에서 논문을 작성했어요. 자문화 기술지로 등반 이야기를 풀아보자는 생각으로 논문을 썼어요. 일반적으로 문화기술지는 많이 알려졌죠"

- 자문화기술지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볼게요. 아프리카나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요. 이들의 문화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부족 안으로 들아가 살펴보고 그래야하는데 문화기술지는 간접체험인 거죠. 제3자가 들어와 직접체험한 게 아닌 간접체험입니다. 자문화기술지는 그 문화에 속한 내부자가 자신이 접한 문화를 살펴보는 것이죠.

국내 산악계는 대체로 패쇄적인데요. 제가 속한 곳을 그대로 보자는 거죠. 그런데 이러다보면 객관적이지않고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죠. 그래서 일기, 인터뷰 기사 등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논문을)작성하는거죠."

◆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서 목표 도전할 것"

- 여성 산악인으로 산악계 문화를 접하는 동안 겪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14좌 완등 당시를 되돌아본다면 특별한 어려움은 못 느꼇던 것 같아요. 단지 자금이 부족했죠.(고산 등반에는 많은 비용기 들기 마련이다) 열정이 너무 넘쳐서 탈이었죠(웃음).

그런데 당시 주변에서 자금 관련 부분도 많이 도와주더라구요. 정말 큰 힘이 됐죠. 예를 들어 7대룩 최고봉 도전도 그렇고 에베레스트도 그렇고 남극대륙 최고봉인 빈슨 메시프(4,892m) 등정때는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어요.

여성 산악인이라는 점이 이때는 오히려 득이 된 부분이 있었어요. 관심도 더 많이 받았고요. 그러나 14좌도 그렇고 등반 과정에서 불공평한 부분과 갈등이 분명히 있었죠. 논문에도 밝혔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자로 태어난 거에 감사하고요.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제 목표를 이루고 살고싶어요."

<하>편에 계속.

☞ 관련 기사 = "산악인 오은선과 함께 우이령길을 걸어봐요"

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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