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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그냥 사랑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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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극과 개인의 생애는 어떻게 직조되는가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인생을 뒤흔든 끔찍한 사고, 그 후에도 고통의 땅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쇼핑몰 붕괴 사건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혹은 그 안에 매몰됐다 간신히 구조된 사람들의 삶을 모두 바꿔버렸다. 그들의 삶은 결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들은 익숙한 땅 위에서 고통의 상처를 복기하게 되기도, 때로 위로를 얻기도 한다.

JTBC 새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이하 그사이)는 지난 1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거칠지만 단단한 뒷골목 청춘 강두(이준호 분)와 상처를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건축 모델러 문수(원진아 분), 인생을 뒤흔든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극 중 강두와 문수는 십수년 전 같은 사고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부실하게 새로 지어진 대형 쇼핑몰에서, 강두는 이 쇼핑몰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아빠를 기다리다 건물 안에 매몰됐다. 문수는 아역 모델로 일하던 여동생을 뒤로 하고 좋아하는 오빠를 만나러 갈 생각에 들떠 있던 찰나 사고를 당했다.

강두는 아빠를, 문수는 동생을 잃은 사고였다. 강두는 어린 여동생과 남겨졌고 잡부로 일하며 동생의 의대 학비를 댔다. 문수는 사고 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별거를 택한 부모 아래 자랐다. 딸을 잃은 뒤 매일 술독에 빠져 이웃들과 다툼을 벌이는 게 일상인 엄마는 단단하게만 보이는 문수를 무너뜨리는 존재였다.

매몰 당시를 생생히 기억해 도리어 괴로운 강두는 구출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있던 소녀 문수를 기억해냈다. 하지만 구조 이전 기억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문수는 반복된 인연에도 강두와 자신의 만남이 운명적 재회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자꾸만 문수의 앞에 나타나는 강두, 날을 세웠던 처음과 달리 강두의 앞에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하는 문수의 표정은 두 사람이 그릴 앞으로의 관계에 궁금증을 안긴다. 4회까지 방영된 드라마가 이들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상처의 기억을 극복하게 만들지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

드라마가 소재로 삼은 쇼핑몰 붕괴 사고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한국사회에 실제 발생했던 참극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최근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 역시 떠오른다. 드라마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바다에 반쯤 잠긴 배, 무너진 다리, 폐허가 된 건물의 이미지가 배치돼있다. 김진원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를 연출하며 한국 사회의 비극적 사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사이'가 현재 혹은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들과 완전히 다른 색채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이 드라마가 한 공동체의 비극적 기억들을 함께 돌이키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사이'는 참사 혹은 재난으로 불려 온 몇몇 사건들의 이후를 생각한다. 사회적 사건으로서의 재난 이면, 각 개인들이 겪은 삶의 힘겨운 상실들을 들여다본다. 비슷한 고통의 기억을 나눠 가진 두 남녀가 서로의 삶을 보듬는 과정을 통해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사이'의 오프닝 크레딧은 어떤 허망한 작별들을 추모하는 제의적 이미지로까지 여겨진다.

이런 묵직한 흐름의 뒤에는 전작들을 통해 비극 앞에 선 인간의 내면, 사건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던 유보라 작가의 필력이 있다. 유 작가는 KBS 드라마스페셜 '상권이'(2012), '태권, 도를 아십니까'(21), '연우의 여름'(2013) 등을 통해 평범한 인물들을 내세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해 왔다. KBS 2TV 드라마 '비밀'(2013)에서는 극한의 상황에 몰린 여성 주인공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유 작가의 전작 중 삶과 고통에 대한 가장 단단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눈길'(2015)이다. KBS에서 먼저 시청자를 만난 뒤 영화로도 개봉한 작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눈길'은 이야기의 재현 방식과 완성도 측면에서 모두 호평을 얻었다. 역사 속의 비극과 인물의 생애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하는 데 있어 유보라 작가의 빼어난 실력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그사이'는 매주 월·화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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