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가 그린 아픔의 연대(인터뷰)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배우 추상미가 첫 장편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감독 추상미, 제작 커넥트픽쳐스)의 개봉을 앞둔 추상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1천500명의 한국전쟁 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 그 위대한 사랑을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나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공식 초청됐다.

추상미는 지난 19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한 이후 영화 '접속'(1997) '해바라기'(1998) '생활의 발견' '열세살, 수아'(2007) 등을 통해 사랑 받으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또한 단편 영화 '분장실'(2010) '영향 아래의 여자'(2013)를 연출,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첫 장편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영화의 출발점은 산후우울증이었다. "아이를 출산한 후,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나의 초점이 아이들에게 쏠려있었다"라고 추상미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산후우울증은 이상한 호르몬인 것 같더라고요. 아이에 대한 애착, 동시에 분리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가 엄마가 되는 것 자체도 불안했죠. '모성의 과도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저는 아이가 잘못되는 악몽을 꿨어요. 산후우울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오래 가는데 제가 그랬죠. 우연히 북한의 꽃제비 영상을 봤는데 그 아이들이 우리 아이처럼 보였어요. 그 시점에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장편 데뷔작도 선택해야 했죠. 그렇게 퍼즐조각이 맞춰지면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만들게 됐어요."

추상미는 지인의 출판사에서 영화 소재를 접하고 폴란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폴란드가 한반도의 역사와 너무 비슷했다. 분단도 여러번 경험하며 강대국에 둘려싸여 있었고 독립의 과정도 유사했다"라며 당시 겪었던 놀라움을 회고했다.

영화는 폴란드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유한다. 특히 현재 한반도의 남북한 상황과 통일의 주제를 떠올리게 한다.

추상미는 "통일은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지금이, 그 여정의 출발점이다"라며 "'통일'이라는 한 단어는 우리가 무수히 겪어야 할 통일의 지난한 과정을 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제 개인적인 상처와 역사의 상처가 만났듯, 통일 또한 우리의 개인 영역에서 역사의 관점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그치죠. 영화에서 폴란드 선생님들이 의무와 신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상처로 한반도 고아들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맺는 것처럼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상처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고 저는 우리 또한 그곳에서 출발했으면 좋겠어요."

추상미는 "프레임이 가득한 환경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며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세대, 인종, 체제 등을 모두 뛰어넘고 살아남은 무언가의 이야기다"라고 정의했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이 영화를 보면 출구가 없어요. 이 작품을 이성적인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의 씨네 다큐 형식을 취한 것도, '사람 이야기로 봐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죠. 우리나라는 역사에 대한 평가나 회고가 다양하지 않은 면이 있어요. 증오, 이데올로기 등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아름다운 스토리들이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이런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올 때 한국전쟁의 분단 상처도 폐기되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게 되는 다리가 될 수 있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