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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평생 깎아온 그리움의 시간, 나의 아름다운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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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용근 기자] 18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에서는 '나의 아름다운 이발소' 편이 전파를 탄다.

기억의 집이 있다. 생의 한복판을 걸어오는 무수한 나날 동안 우리는 그 집에서 기쁜 날, 슬픈 날을 기념했고 평범한 날일 지라도 삶의 큰 변화와 작심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았다. 삶의 희로애락을 기꺼이 들어주고 격려해 주던 그 집.

‘머리를 다듬고 정리하는 곳’, 이발소(理髮所). 1895년. 단발령이 내려 진 이후 시작된 이발소의 역사는 이후, 1970년대 전국에 3만 여개 이발소가 생겨나며 부흥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80년대 장발문화 확산과 미용실과의 경쟁에 밀려나며 이제는 간판 구경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생의 수많은 날들을 기억해 주던 이발소.그 많던 이발소는 다 사라져버린 것일까?

엉켜버린 머리카락처럼 뒤엉킨 고단함 삶과 나이 들어감의 외로움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려 내주고 면도날로 비누거품 속 번뇌를 말끔히 밀어주던 오래된 이발소를 찾아 떠난 길.그 길 위에서 나의 아름다운 이발소를 만날 수 있을까!

▲ 시골이발소의 시간은 情으로 흐른다

“젊어서 건강할 때는 왔다 갔다 하시던 분들이 이렇게 몸이 약해지고 아프니까 당연히 내가 이발해주러 와야죠.“

내 최대 인삼 집산지 충남 금산면의 화림마을. 인삼밭이 골짜기마다 자리한 이 작은 시골마을 국도변에는 60여년 묵은 오래된 집 한 채가 있다. 그 흔한 간판도, 삼색등도 없지만 이 집은 화림마을 유일의 이발소다. 집 안에는 반평생을 이발사 주인과 함께 해온 손때 묵은 바리캉과 가위, 골동품 보다 귀한 이발소 의자, 낡은 피대가 변함없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 오래된 시골이발소의 주인, 고재성 이발사(67세). 16세 때 대전에 나가 이발 기술을 익힌 뒤, 반평생을 고향 이발소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고향마을. 손님이라 봐야 하루 한명, 그 마저 손님 한 명 없는 날도 허다하지만 거동조차 불편한 어르신은 직접 찾아가 출장이발 해드리고 매일 아침 이발소 문을 열어 오랜 단골손님을 살뜰히 맞이한다.

신명나던 화림이발소 좋은 시절도 덧없이 지나가고 함께 고생하던 아내마저 홀연히 떠났지만... 변함없이 고향이발소 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화림 이발소. 땀에 그을리고 주름진 촌부들의 거친 얼굴과 흰머리를 깎아주며 정(情)으로 이발소의 시간을 이어가는 시골이발소의 한 여름 날 풍경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 평생 깎아온 그리움의 시간

“날 믿고 머리를 맡기는 사람이 있으면 해야죠. 아이고, 틀렸다고 안 오면 못하는 거지요“

평생 거울을 보며 살았다. 손에서 가위와 빗을 놓지 않았다. 여든이 넘은 지금에도 매일 오전 9시에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서울 성북동 이발사, 이덕훈 할머니(83세). 할머니는 1958년. 21살 나이에 이발사 면허시험에 합격한 우리나라 첫 여성 이발사다.

할머니의 아버지도 이발사였다. 가난이 싫어 시작한 이발사 아버지를 도와 시작 된 이발사 일. 하지만 집안일 보다 재미났던 이발소 일은 평생의 천직이 되었고 지금까지 가위와 한 몸이 되어 살아오고 있다.

할머니에게 이발사란 어떤 의미일까! 26살에 결혼 후, 남편의 사업 실패로 기우는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시어른 모시고 자식 넷을 키우며 억척스럽게도 살아온 할머니. 힘들지만 큰 의지가 되어온 남편도 먼저 떠나보내고... 이발소의 오랜 단골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지만. 할머니에게 이발사란 직업은 평생을 지탱하게 해준 삶의 전부였다.

성북동 도심 한복판, 할머니 이발소의 삼색등은 오늘도 긴 숨을 몰아쉬며 추억처럼 아련하게 먼 손님을 기다린다.

조이뉴스24 박용근기자 pyk1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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