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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남북 관계처럼 그라운드의 경계도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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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챔피언십 첫 남북 맞대결, 2년 전 훈훈한 대화는 없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그라운드에서는 서로 엉겨 붙었지만, 경계는 경직된 남북 관계처럼 명확했다.

11일 일본 지바의 소가 스포츠파크, 이날은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여자 E-1 챔피언십 참가국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던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북한의 남북전이 중국-일본전에 앞서 먼저 열렸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까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도쿄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옷깃만 더 여미게 했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장 출입구 근처에 북한의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일본의 자체 대북 제재 등 강력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대회라 관심은 컸다. 그래도 인공기가 나부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일본인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알고 보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계 학생 응원단을 기다리는 관련 스태프들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지 않다. 이미 지난번(8일 중국전)에 다 확인하고 가지 않았는가"라며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북과 남이 원래 하나라는 것이야 세계가 아는 것 아닌가. 다만, 축구는 스포츠니까 조선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바와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등 주요 지역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왔다고 한다. 2백여명이 모여 막대 방망이를 응원 도구 삼아 '필승 조선'을 외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열렬히 응원했다.

경기장 벽에는 중국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격전', '만리마(萬里馬)'. '속도', '이겨라' 등 북한식 표현들이 나부꼈다. 북한의 축구를 두고 '전투 축구'라고 표현한 말의 구성물로 보였다. 북한 민요와 응원가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북한의 애국가가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은 가볍게 손뼉을 쳐줬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애국가가 나오자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극기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조총련계 응원단도 마찬가지였다. 10명의 붉은악마 경기 지부와는 관중석 4개 블록이 바리케이트에 막혀 멀어져 있었다. "대~한민국"과 "필승 조선"으로 압축되는, 서로 응원 겨루기만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벤치의 김광민 북한 감독도 정면만 응시했다. 마치, 어디서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는 그래도 서로 말이라도 나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결국 후반 5분 장슬기가 파울을 하자 북한 김은하가 달려들었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심이 달려들어 막고서야 싸움이 진정됐다. 이후 몸싸움이나 서로의 파울로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는 일도 없었다. 남과 북의 차가운 90분은 그렇게 지나갔다.

조이뉴스24 지바(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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