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첨단 과학과 만나다
2014.07.04 오후 6:29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구 대잔치 월드컵. 2014년엔 축구의 고장 브라질에서 개막돼 열전을 치르고 있다. 예상대로 예선에선 남미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복병 알제리에 4대 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에 이어 2회 연속 원정 16강의 꿈이 아쉽게 무산된 것. 한국 대표팀은 중도탈락했지만 월드컵의 열기는 계속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또 다른 키워드는 IT와 빅데이터다. 월드컵을 강타한 첨단 기술들을 살펴봤다.

글| 김익현 기자 @hypertext30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단절된 어느 무인도. 야수 같은 야구 선수들이 지옥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방법도 무지막지하다. 유격 훈련 뺨치는 무시무시한 밧줄 타기. 맨 손으로 바위산 기어오르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지옥훈련을 끝낸 선수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탈바꿈한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막 태동하던 무렵 나왔던 이현세의 인기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현세 씨의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 장면은 초기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심심찮게 연출됐다. 한 때 한겨울 오대산에서 얼음을 깨고 훈련하는 것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와 이런 장면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옥훈련은 20세기 스포츠에나 어울리는 단어. 이젠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시대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신고 뛰는 운동화부터 공인 축구공까지 경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기술이 동원된다.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도 첨단 장비를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다.

◆개최국 날씨에 최적화된 축구화와 유니폼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여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2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이 ‘머큐리얼 슈퍼플라이’란 축구화를 공개했다. 이 축구화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위해 특별 제작됐다.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국가 대표팀의 핵인 호날두는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인물. 나이키 개발 팀이 4년 여 동안 공을 들인 ‘머큐리얼 슈퍼플라이’는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호날두의 폭발력과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호날두 운동화로 불리는 ‘머큐리얼 슈퍼플라이’는 나이키의 최신 기술인 ‘플라이니트’가 접목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발목 부분에 적용된 ‘다이내믹 핏 칼라’ 기술이다. 발목까지 올라오도록 특수 제작된 이 신발은 착용감을 강화해 뛰는 선수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수 제봉 기술을 적용해 선수의 발과 축구 공이 하나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 부분도 눈에 띈다.

신발 윗부분에 힘줄처럼 생긴 브리오 케이블이 연결해 놓은 점도 눈에 띈다. 나이키 측은 이 케이블 덕분에 선수들이 앞으로 달릴 때 가속도를 더 붙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밑창엔 좀 더 유연한 탄소판을 장착,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힘을 더 효율적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축구화 뿐 아니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첨단 기술이 접목된다. 특히 남미의 중심에 자리잡은 브라질은 대회 기간 중 참기 힘들 정도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땀을 잘 흡수하고 선수들의 체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개최국인 브라질은 나이키가 특별 제작한 유니폼을 입었다. 가장 큰 특징은 온도 조절 기능을 결합한 점이다. 덕분에 이전 유니폼에 비해 공기 통과율이 56%나 향상됐다.

유럽의 강호인 독일, 스페인과 남미 대표주자 아르헨티나는 냉각조끼로 무장했다. 나이키의 라이벌인 아디다스가 만든 ‘아디파워’란 냉각 조끼가 바로 그것. 이 조끼는 경기 전후나 훈련 중 착용할 경우 선수들의 몸을 순식간에 식혀 준다. 역시 브라질 같은 무더운 지역에서 경기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골라인 판독 기술-공인구도 첨단 기술 산물

지난 6월 16일 열린 프랑스와 온두라스의 1차전을 되짚어보자. 프랑스 골잡이 카림 벤제마가 날린 슛이 온두라스 골문으로 애매하게 들어갔다. 육안으로는 골인 여부를 제대로 판독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주심은 즉시 골인 선언을 했다. TV 중계에서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벤제마의 슛이 골대를 맞은 뒤 온두라스 골키퍼 손을 맞고 골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골은 온두라스 골키퍼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처럼 정교한 장면을 운동장에 있던 심판은 어떻게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었을까?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적용된 골라인 판독 기술 덕분이었다. 골라인 통과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지붕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계속 찍는 역할을 하는 이 카메라는 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이렇게 전송된 영상을 컴퓨터 이미지 분석을 통해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정한다.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게 되면 주심이 차고 있는 시계에 즉시 진동음과 함께 ‘골(GOAL)’이란 단어가 뜨게 된다.





주심이 골인 여부를 판독하는 게 왜 힘들었을까? 사람 눈으로는 1초에 16개 가량의 이미지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이 최소한 60밀리초 이상 골라인 뒤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데 실제 경기 중엔 순식간에 골라인 지점을 통과한다. 불과 몇 밀리 초 만에 골라인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 눈으로는 공을 시속 12킬로미터까지만 구분할 수 있는 데, 선수들의 슛은 시속 120킬리미터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저히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골라인 판독 기술을 도입했다.



이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도 최신 테크놀로지가 동원됐다. 브라주카는 6개의 조각만 사용해 완벽한 구형에 가깝게 만들어낸 것이 특징.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에는 8개 조각이 사용됐다. 덕분에 브라주카는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브라주카는 자블라니보다 조작 사이의 이음새가 깊지만 표면 전체가 미세한 돌기가 있어 속도가 빠르고 궤적이 일정하다”고 평가했다.따라서 골문 앞 프리킥 찬스 때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키커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낼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 중계를 시청하다보면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선수들이 반칙을 할 때마다 심판이 프리킥 지점에 스프레이 같은 것으로 표시를 해 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잠시 후면 심판이 스프레이를 뿌렸던 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혹시 못 봤다면 지금부터라도 중계 화면을 유심히 살펴보라.

이번 대회부터 심판들은 특수 스프레이를 소지하고 있다. 프리킥 상황에서 공을 놓을 지점과 수비 선수들의 방어벽이 위치할 곳을 좀 더 정확하게 표시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뿌린 스프레이 자국은 1분 정도가 지나고 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이 기술은 지난 해 여름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때 이미 한 차례 사용된 적 있다. 물론 월드컵 경기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최대 소셜 월드컵으로 기억될 듯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를 한번 떠올려보자. 당시 페이스북은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이었다. 전 세계인의 소셜 플랫폼 역할을 하기엔 다소 역부족. 핀터레스트는 탄생한 지 두 달이 겨우 지난 상태였고, 또 다른 소셜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소셜 플랫폼이 월드컵 담론의 중심이 되기엔 다소 미흡한 상태였던 셈이다.

하지만 4년 만에 풍속도는 확 달라졌다. 그래서 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소셜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는 이번 대회 개막 전 소셜 공간에 올라올 월드컵 관련 글들이 올 초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도 가볍게 제칠 것이란 예상이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식축구나 동계 종목에 비해 축구의 저변이 훨씬 넓은 점이 큰 역할을 했다. 역시 마틴에 따르면 전 세계 230개국에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상에 월드컵 관련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의 90% 가량이 소셜 공간에서 월드컵 얘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가 끝난 직후 반응도 엄청나다. 트위터에 따르면 미국과 가나전이 끝난 직후 관련 트윗이 490만 건에 달했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간의 개막전 직후엔 관련 트윗이 1 천220만 건이 쏟아졌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월드컵 잡담’을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퉈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핀터레스트다. 포브스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는 ESPN, 콘드 내스트 트래블러, 트립 어드바이저 등과 손을 잡았다. 그런 다음 브라질에 직접 가서 월드컵을 즐기는 극소수 축복받은 팬을 제외한 나머지 축구팬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어디서 게임을 시청할 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들은 월드컵 개막에 맞춰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축구팬 유혹에 본격 나섰다. 트위터는 새롭게 계정을 만드는 팬들에겐 프로필 이미지로 좋아하는 팀의 국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트위터가 준비한 진짜 비장의 무기는 타임라인에 숨어 있다. #worldcup란 해시태그를 누르면 이번 대회 참가국들의 경기 결과 뿐 아니라 각종 계정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단어로 된 국가 코드를 해시태그로 붙일 경우엔 해당 국가의 국기가 바로 옆에 뜨도록 했다.

페이스북도 월드컵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곳에는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경기 결과를 비롯해 월드컵 관련 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또 있다. 바로 ‘인터랙티브 지도’다. 이 지도에는 이번 대회 참가한 유명 선수들에 관한 정보들이 깨알 같이 담겨 있다.

이제 월드컵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우승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국가들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남미와 유럽 강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달라졌다. 이제 첨단 IT없이는 월드컵 얘길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다. 이젠 축구도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