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던진 질문
2014.06.05 오후 2:29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화제다. 이번에 공개된 건 뉴욕타임스가 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보고서다. 하지만 공개 과정부터 뉴스거리였다. 질 에이브런스 편집국장이 느닷없이 경질된 이후 내부에 있는 누군가가 유출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건 적나라한 내용 때문이다. ‘천하제일’ 뉴욕타임스가 느끼는 위기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고민 끝에 도출해낸 해법 역시 이 땅의 많은 저널리즘 종사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줬다.


그 중 한 가지만 살펴보자. 뉴욕타임스는 혁신보고서에서 “(전통) 저널리즘에선 최고봉이지만,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영역에선 경쟁자들에게 뒤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코드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많은 경쟁자들이 이 부분에서 앞서 나갈 때 자신들은 뒤쳐져 있다는 처절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

그 단초로 꺼낸 화두가 ‘홈페이지 직접 방문자 감소’란 구체적인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최근 2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그렇다고 트래픽이 확 줄었느냐면 그건 아니다. 중간 중간 부침은 있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독자들이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개별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기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 사이트 쿼츠는 이런 변화를 최근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풀 미디어(pull media)’에서 ‘푸시 미디어(push media)’로의 변화란 말로 요약하고 있다.

쿼츠는 홈 페이지나 뉴스 메인 페이지를 전형적인 풀 미디어(Pull media)로 간주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독자들에 주로 의존하는 미디어란 의미다. ‘홈페이지 트래픽 감소’란 뉴욕타임스 보고서의 진짜 의미는 바로 ‘풀 미디어가 푸시 미디어에 밀리는 것’이라는 게 쿼츠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전통적인 뉴스 유통 방식을 재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젠 독자가 정보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정보가 독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 그러니 뉴스 미디어들도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나서야 된다는 의미다.

사실 이 정도 현실 인식은 새로운 건 아니다. 정말로 눈에 띄는 건 이런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워싱턴포스트 같은 경쟁지 뿐 아니라 복스 미디어, 야후뉴스, 서카 같은 (우리 언론사 기준으로 치면) 듣보잡 매체(?)들도 두려움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채용 전문 사이트인 링크드인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떻게 이런 현실 인식이 가능했을까? ‘뉴스는 특별한 콘텐츠’란 특유의 고집을 버렸기 때문이었다. 한 때 뉴욕타임스는 ‘그레이 레이디(Grey Lady)’란 별명으로 통했다. 지면에 화려한 사진 대신 촘촘한 활자로 채운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레이 레이디’란 별명 속엔 퀄리티 저널리즘만 제공할 수 있다면 독자들은 오게 돼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바로 그 자부심을 내려놨다. 덕분에 그들은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해 좀 더 설득력 있는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해답을 찾는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퀄리티 저널리즘’이란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뭉뚱그렸던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서 출발한 그들의 반성은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쩌면 그게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익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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