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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Classic DVD]일본영화에서 위로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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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에 쓸쓸한 연말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을 써야할 때가 되었다. 여느 해랑 똑같이 365일을 보냈지만, 2008년을 보내는 마음만큼 무거웠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대통령을 새로 뽑아놓고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미국 소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미국 발 금융 위기로 촉발된 불경기가 몇 년 지속될 거라는 우울한 소식으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IMF로 훈련이 되었다고는 하나, 주가가 500까지 떨어지고 공황 수준의 불황이 10여년은 지속될 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도니, 평범한 중산층 시민으로서는 어떻게 살아낼지 막막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밥은 먹어야 하고, 바람이 부니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 시인도 있으니, 어떻게든 기운 추스를 거리를 생각해봐야겠다.

젊고 핸섬한 미국 대통령의 탄생

우선 미국의 새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젊고 잘 생겼으니 이 아니 기쁜가. 거기다 공부도 많이 하고 드라마틱한 인생 경험을 통해 넓은 마음까지 갖추었다니,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유럽 왕실 청년들이 독차지하던 '세계에서 가장 멋진 일등 신랑감 1위'는 따 논 당상이었을 텐데.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생긴 대로 논다'를 신봉하는 나로서는 정치 지도자와 문화계 인사만큼은 오바마 정도의 외모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내내 신문과 방송 탑 뉴스에 오르내려야할 위인이 두꺼비나 족제비를 떠올리게 하는 밉상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스트레스 아닌가.

왜 내가 낸 세금으로 언서판(言書判), 즉 말씨, 문필, 판단력 모두 밉쌀 맞은 신수 수준인 이들을 봐야하는가. 이 기회에 신언서판의 결격 사유 인사들은 자진해 물러나라!, 그 것만이 경제 문제로 고통 받는 국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최소한의 예의다!, 라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주장합니다.

나는 사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되기를 바랐다. 전 세계 여성 인권 수준을 높이는 데는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반이 여성이니 여성 대통령이 먼저 등장한 후, 마이너리티의 상징으로서 오바마가 하는 게 순서라고 보았다. 이제 힐러리가 오바마를 이을 확률은 제로가 되었고, 힐러리만한 인물을 키우는 데는 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가 당선되는 데에는 여성 표가 큰 몫을 했다니 오바마가 여성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길 바라고, 미셸 오바마가 두 딸 양육 못지않게 전 세계 여성 지위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한 번만 더 부러워하자. "미국 사람은 정말 좋겠다. 젊고 잘 생긴 대통령을 날마다 볼 수 있어서"

유가 환급금의 쓴 뒷맛

그 다음 위로 거리를 찾아보자. 유가 환급금? 인터넷으로 신청하려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전화를 했더니 세무서 직원 가라사대 "네, 무슨 소리인지 모르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만들라고 해서 그래요. 직접 오셔서 신청해보시지요."

전 국민에게 혜택 주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막상 세무서에 신청하러 가면 어떻게든 안주려고 용을 쓴다. 전년도 수입을 기준으로 일단 통지서는 보냈다. 그런데 올해도 그 수준의 돈밖에 벌지 못한다는 증명을 해야 돈을 내줄 수 있다는 거다. 종합소득세 내보는 게 소원인 나는 올해도 소득이 이렇게 형편없습니다, 하는 굴욕적인 서류를 내고서야 겨우 세무서를 나올 수 있었다.

일본영화에서 작은 위안을

한국의 집값, 옷값, 밥값, 화장품값 비싸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즉 의식주 모두 평민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도 환율이 800원대였을 때는 일본 가서 시세이도 화장품을 사올 수 있었다. 부산-일본 여객선 삼등석 다다미방 왕복 요금이 서울-부산 KTX 편도 요금보다 싼 데다, 일본의 대형 수퍼마켓에는 아모레보다 엄청 싼 시세이도가 널려있으니까. 심지어 일본 수퍼마켓 포장 스시조차 국내 호텔 일식점보다 싸고 푸짐하고 맛있어서 삼시 세끼를 스시만 먹어도 돈이 남았다.

요즘 내 일본 친구는 왕복 비행기, 호텔 2박에 조식, 텍스 포함 2만엔 상품이 널렸다며, 한 달이 멀다하고 한국을 드나든다. 나고야에서 동경 가는 요금보다 싸니 한국으로 쇼핑하러 오는 게 이득이란다. 에고 분해라. 세계 10위 경제 규모라는 한국 돈 가치를 이렇게 폭락시킨 강만수 팀은 도대체 무슨 낯으로 국민 앞에 서는 건지.

도무지 오바마 빼고는 낙을 찾을 수 없네. 그래서 겨우 생각해낸 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시대에 가장 적은 돈으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영화 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 우리 영화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덕분에 부가 판권 시장인 DVD 업계도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 는 기대다. 그러나 남의 지식과 노력을 불법 다운로드받아 보는 게 사형감이란 걸 인식 못하는 네티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부가 판권 시장 회생은 어려울 것이다. 영화를 즐겨 본다고 선전했던 나라님조차 남의 지식 훔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그래도 올 한해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해준 건 영화였다. 특히 느리고 담백하고 순수한 일본 영화들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라는 소회를 갖게 했다. 가장 최근엔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 바이 おくりびと>(2008)가 그랬는데,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음의 의식만큼은 존경의 염을 다하는 <굿’ 바이>의 일본식으로 해달라는 유언장을 만들리라 결심하게 해주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굿’ 바이> 대신 두 편의 일본 영화를 소개한다. 고전은 아니지만, 고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니, 품격 높은 일본 영화를 보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1)무공해 성장 영화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天然 コケッコ-/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출시사 태원

(2)오만한 청년의 사랑 봄의 눈 春の雪/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시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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