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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의 DVD Sequence]엘리베이터에 갇힌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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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 감독의 천재적 데뷔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잔 모로의 불안하고 절망적인 눈동자, 욕망과 우연, 오해와 파멸에 관한 론도다. <굿바이 칠드런> <데미지> 루이 말 감독의 1967년도 데뷔작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이 현대 예술 사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답다. 누벨바그니, 오손 웰스와 고다르를 동시에 계승한다는 현학적 수식이 아니더라도 그저 그 자체로 아찔하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얼매(이문식)는 말했다. "제가 카프카에 대해서 좀 알거든요. 부조리~ 인생 뭐 있어요? 부조리~" 임상학적으로 완전히 약을 끊었던 얼매가 다시 '뽕'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최창혁(박신양) 때문이다. 최창혁이 다섯 개 들이 한 세트로 판매하는 히로뽕주사를 1대만 가져갔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4대가 남았기 때문이다. 부조리~! 그가 왁자하게 떠벌리듯 인생은 그야말로 부조리다.

엘리베이터에 한 남자가 갇혔다. 사장의 아내와 짜고 사장을 살해한 남자가 완전범죄의 목전에서 모두가 퇴근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것이다. 길가에 방치해 둔 자동차는 꽃집 아가씨와 남자 친구가 몰고 떠나고, 그 차에 꽃집 여자가 타고 있는 걸 본 사장의 아내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애인을 의심하며 오만가지 생각으로 미칠 지경이 된다.

자, 더 가보자.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니까. 자동차를 몰고 가던 꽃집 연인들은 도로에서 지나가던 메르세데스와 속도 경주를 하고 메레세데스가 들어간 모텔에서 하룻밤 묵기로 결정한다.

'저 차 한번만 타 봤으면' 따지고 보면 모든 건 욕망이다. 낯선 곳에서의 하루, 그들은 원래 차 주인인 줄리앙의 이름을 대고 숙소에 묵었고, 최신형 메르세데스에 매혹되었으며 그 차마저 훔쳐 타려다 들키고 만다. 그리고 급기야 줄리앙의 총으로 모텔에 묵던 부부를 살해하게 되는 것이다.

살인은 또 다시 살인을 낳고, 결과는 돌고 돌아 다시 엘리베이터 안이다. 살인의 증거였던 갈고리 로프를 난간에서 제대로 빼냈다면 그래서 그 건물에 다시 돌아올 일이 없었더라면, 그마저도 천둥번개 치던 밤 비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질 걸 알았다면, 남편 살해를 애인에게 사주하고 혹시나 배반하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는 여자가 밤새 거리를 헤매고 다닐 걸 알았더라면, 결국 이 모든 것이 부질없게도 어이없이 폭로될 걸 조금이라도 눈치 챌 수 있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공포와 근심으로 날을 지새울 일도 없었을까.

얼매가 자기 손에 쥐어진 4대의 뽕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수 없었던 것처럼 욕망은 손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선을 넘으라고 종용한다. '나 쉬워. 키를 꽂고 핸들을 움직이기만 하면 돼. 방아쇠만 슬쩍 당기라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자기가 던진 돌에 자기가 맞아 죽는 자가당착 역시 인생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랑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영화사 속 연인들과는 다른 모양새지만 폐쇄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남자는 자기도 모르는 살인을 저지르고 연인의 밀고로 사형대로 가는 길을 다진다. 그렇게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곳, 폐쇄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도 잃고 자유도 잃고 질식할 지경이 된다.

#사랑해... 그러니 죽여줘

'주템므' 잔 모로의 눈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의 표정. 풋풋하거나 더 이상 어리지도 않은 삼십대, 불륜의 줄리엣이다. 늙고 파괴적인 남편과 살던 여자는 젊고 열정적인 로미오를 만났고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인간은 얼마나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서로에게 녹아내릴 듯한 사랑의 맹세와 열정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의심으로 돌변한다.

이 영화는 멜로일까? 서로의 입에 묻은 독약마저 핥으려 드는 극단적 러브스토리에서 이 영화는 범죄물로 변모한다. 서로를 향한 형형한 눈동자가 하룻밤 안에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지, 너희가 그토록 쉽게 생각하는 인생에 얼마나 치졸한 함정들이 숨어 있는지, 이 인트로는 전지자의 시점에서 묘하게 비꼬고 조롱하는 듯하다.

#운명은 이상을 배반한다

애인의 남편이자 보스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줄리앙은 비서를 퇴근하지 말라며 붙잡아 둔 채 밧줄을 타고 사장실로 올라간다. 비서가 사무실에서 요란스럽게 연필을 깎아대고 있는 사이 그는 위층에서 간단히 일을 치른다. 자살로 위장한 살인, 지문도 없고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으며, 총은 당연히 그의 아내에게서 입수한 사장의 총이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사이, 사무실엔 전화벨소리가 울리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급히 받느라 줄리앙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타고 올라간 갈고리 밧줄을 그대로 걸어두고 온 것이다. 어서 연인에게 달려가려고 자동차로 달려간 사이 건물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밧줄을 보고 만 것이다. 이렇게 그는 가장 도망치고 싶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가장 좁은 공간,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욕망을 향한 질주

줄리앙이 버려두고 간 오픈카는 어떻게 되었을까. 꽃집 아가씨의 양아치 남자친구는 스포츠카에 한눈에 반하고 만다. 미숙한 운전솜씨로 자동차를 몰며 여자친구와 밤새 도로를 달리다 더 완벽한 차를 만나게 된다. 이건 줄리앙과 플로랑스의 로맨스나 그들의 범죄와도 관계없는 별도의 이야기다. 무모한 연인들이 도로를 질주하다 우연히 사람을 죽이게 되는 별도의 스토리가 이렇게 날실로 엮이게 된다. 줄리앙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면, 이들은 자동차라는 욕망에 갇힌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처럼 사형대의 메르세데스 안에서 이들의 인생은 좌초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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