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일장춘몽이다.'잠시 자다 깬 것처럼 죽음과 삶의 구분조차 애매한 찰나, 장자의 낮잠에 대한 선문답처럼 지난 생을 돌아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근래 할리우드의 화두는 테러와 학교 내 총기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총기사건을 접하는 미국인들의 자세는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총기사건은 가해자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원인을 따지고 들자면 총기를 무한정 허용하는 미국의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또 다시 일어날지 짐작할 수도 없고 딱히 그에 대한 대처방안도 없다. 이런 속수무책의 공포 앞에서,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지 피해자가 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짐짓 이런 철학적 화두가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고등학교 건물에 총성이 울린다. 총성이 지나간 자리마다 선생과 학생들이 학살되고 학교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된다. 가끔 마약에도 손을 대는 등 반항적인 기질이 다분한 다이애나와 전형적인 모범생 모린은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단짝친구다. 그들은 앞으로 새로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까를 기대하며, 새로 만날 남자친구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러다 밖에서 총성이 들리고,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을 맞닥뜨린다. 총을 든 남학생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온 것이다. "너희 중 하나만 죽일 거야." 두 여학생은 눈앞의 공포와 생에 대한 집착 앞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14년 뒤, 평범한 남자와 결혼한 다이애나는 학교 건물에 총기사건 14주년 추도식 플래카드가 붙는 것을 본다. 몇은 살았고 몇은 죽었지만 다이애나는 그 때 생각했듯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
우마 서먼과 신세대 스타 에반 레이첼 우드가 미래와 과거의 다이애나로 출연했다. <모래와 안개의 집>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예술로 끌어올려 호평을 받은 바딤 피얼먼 감독은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현재 미국의 환부라고 할 수 있는 총기 문제를 건드린다. 부가영상으로 삭제장면과 또 다른 엔딩, 죽음 직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진지함과는 달리 화면은 시종일관 밝게 처리되었다. 에지 있는 영상이라기보다는 투명도에 점수를 더 줄 만한 화질이고 사운드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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