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두된 한국 영화계 위기론이 2007년 상반기에 들어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CJ CGV 2007년 상반기 영화산업 분석 자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화, 초라한 성적표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 2007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스파이더맨 3>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2007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누적 집계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3>가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12월 개봉작인 <미녀는 괴로워>를 제외하면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꼽을 수 없다. 이월작인<미녀는 괴로워>를 제외한 흥행 1위는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그놈 목소리>가 차지했다. 전국 350만 관객을 모은 <그놈 목소리>가 올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으며 2위는 <1번가의 기적>(약 260만), 3위는 <극락도 살인사건>(약 200만)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바람 피기 좋은 날><허브><복면달호><우아한 세계><이장과 군수>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이처럼 눈에 띄는 흥행작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올 초부터 불어닥친 외화의 돌풍은 거셌다. 지난해 12월 개봉작인 <박물관이 살아있다>을 시작으로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외화의 흥행세는 <300><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으로 이어졌으며 속편 블록버스터가 바통을 터치했다. <스파이더맨 3>가 총493만명의 관객을 모아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집계된 가운데, 집계 기준일에 근접해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의 최종 흥행 성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월부터 5월 31일까지 극장 개봉한 작품은 총 156편. 이중 한국영화는 45편, 외화 111편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한국영화의 경우 지난해 대비 -20.2%의 관객 점유율(서울 관객 기준)을 기록, 하락세를 보인 것과 달리 외화는 24.8%의 점유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상반기 외화 점유율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서울 관객을 기준으로 한 총 관객수도 약 1천900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약 2천100만명보다 200만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배 이상의 외화가 개봉한 상반기,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채 전년 동기간 대비 관객 점유율 하락을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톱스타들의 잇따른 흥행 부진과 제작비 상승,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이른 바 ‘돈 번 작품’ 꼽기가 힘들 정도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알뜰한 실속 흥행을 챙긴 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하며 흥행 고배를 마셨다. 상반기 한국영화 중 손익 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번가의 기적><그놈 목소리><최강 로맨스><바람 피기 좋은 날><극락도 살인사건> <복면달호><밀양>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톱스타 고소영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언니가 간다>, 1천만 배우 감우성과 흥행 배우 김수로의 투톱 콤비로 화제를 모은 <쏜다>, 코믹 연기의 막강 3인방이 모인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 박신양 주연의 휴먼 드라마 <눈부신 날에> 등이 주연배우의 이름값에 못 미치는 흥행 결과를 낳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
2007년 상반기 국내 영화 시장은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독무대였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영화가 두 편이나 출현(?)했던 지난해에 비해 국내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한 올해는 뚜렷한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고, 그 틈을 물량공세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독식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4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초까지 흥행을 이어갔고, 그 뒤를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영화 <300>이 제목에 걸맞게 관객 300만명 동원하며 블록버스터의 공습을 알렸다. 본격적인 블록버스터의 계절인 5월부터는 <스파이더맨 3><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슈렉 3><오션스 13> 등이 줄줄이 개봉해 국내 극장가를 장악했다. 특히 올해는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된 속편들이 대거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스파이더맨 3>는 49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개봉 5주차인 <캐리비안의 해적 3>는 440만, 3주차인 <슈렉>은 250만, 2주차인 <오션스 13>은 94만명을 기록하며 관객몰이에 한창이다. 이 외에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7월 11일 개봉), <다이하드 4.0>(7월 19일 개봉),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8월 9일 개봉)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속편들의 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들의 이 같은 선전은 <미션임파서블 3>(500만), <포세이돈>(200만) 외에는 흥행작이 없었던 2006년 상반기와 비교해 볼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할리우드의 행보 또한 심상치 않다. 아시아 프로모션 행사지로 한국을 택하고 있는 것. 얼마전 <슈렉 3> 개봉에 맞춰 카메론 디아즈와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한국을 방문했으며,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트랜스포머>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사회를 가지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블록버스터들의 물량공세 속에서 우리 영화들이 얼마나큼 선전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밀양> 등 해외 영화제 선전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올해로 60회를 맞이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일일 것이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후 3년 만에 이룬 쾌거로 다시 한번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이후 흥행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최초로 1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밀양> 뿐 아니라 많은 한국 영화들이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성적을 거뒀다. 비록 수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김기덕 감독의 <숨> 역시 제 60회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됐으며, 홍성훈 감독의 <만남>은 칸영화제 단편영화 경쟁 부분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지훈, 임수정 주연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독일 베를린영화제 본상인 알프레드바우상을 수상했으며, 홍상수 감독은 고현정 주연의 <해변의 여인>으로 남미 최대 영화제인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인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영화제 감독상을, 배우 하정우는 김기덕 감독의 <시간>으로 같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로 프랑스 도빌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여성감독 김진아는 한미합작 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미국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해 미국 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반기 역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를 비롯 크고 작은 영화제가 열린다. 이미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가 베니스 영화제 출품여부를 타진받아 프린트를 보낸 상태이며,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도 경쟁부분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해외에서 많은 낭보가 날아들어 어두운 한국 영화계에 빛을 던져주길 기대해 본다.
여배우 흥행파워 빛났다
올 상반기 스크린에는 여풍(女風)이 거셌다. 지난 연말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부터 시작된 여배우의 흥행 파워는 <허브>의 배종옥과 강혜정, <마파도 2>의 중년 여배우들로 이어져 최근 <최강 로맨스>의 현영에 이어 <바람피기 좋은 날>의 김혜수, <밀양>의 전도연과 <황진이>의 송혜교로 이어졌다.
비수기 극장가에서 연이어 1백만 관객 돌파의 기록을 탄생시키며 흥행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여배우들의 선전은 지난 연말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섰으며 143만 관객을 모은 강혜정-배종옥의 <허브>, 현영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최강 로맨스> 등 올 초 스크린은 여배우들의 활약으로 빛났다.

여기에 <바람 피기 좋은 날>로 섹시파워를 과시한 김혜수와 올해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오른 <1번가의 기적>에서 열혈 복서로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을 점령한 하지원의 흥행 파워도 빛을 발했다. 속편 외화의 공세에 한국영화를 지탱할 보루로 기대를 모은 것도 역시 여배우들. <밀양>의 전도연은 혼신의 열연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의 흥행을 견인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170만 관객을 동원한 <밀양>은 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전도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 심리에 톡톡히 덕을 본 셈이다. 마지막으로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혀 온 <황진이>의 송혜교도 올해 주목받은 여배우 중 한명이다. 드라마와 CF 등에서 누려온 톱스타의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영화 구원투수로 지목되며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받았다.
스크린에 불어온 거센 여풍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배우 위주의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면서 하반기 역시 우먼파워가 감지되고 있는 것. 예지원 주연의 <죽어도 해피엔딩>, 한예슬 주연의 <꽃>, 손예진의 <낙랑클럽>, 박진희의 <궁녀>,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팀의 감동 실화를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날> 등 여배우 중심의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살린 맞춤 연기로 관객과 통(通)한 스크린의 여배우들, 그들의 흥행 파워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도연 칸 여우상 등 빅 이슈 영화계 위기론이 체감됐던 2007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어떤 사건들로 떠들썩했을까? 가장 큰 이슈는 전도연의 제 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지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한국 여배우가 상을 탄 건 20년만의 일이다. 전도연의 수상은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큰 활력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슈는 영화계 인사들의 결혼 소식이다. ‘쌍춘년’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혼과 핑크빛 열애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밀양>의 헤로인 전도연이 지난 3월 11일 결혼식을 올렸으며, 뒤를 이어 장진 감독이 5월 23일에, 허진호 감독이 5월 31일에 각각 총각 딱지를 뗐다. 또한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한채영은 지난 6월 3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가하면 이동건, 한지혜는 4년 동안 키워온 사랑을 당당히 공개했고, 지난해 강혜정과 결별한 조승우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려원과 열애설이 들리기도 했다.

세 번째 이슈는 사상 처음으로 영화산업 노사 단체협약이 합의된 일이다. 이로써 영화 스태프들도 최저임금 보장, 격주 임금 지급 및 주 66시간 노동 등 최소한의 기본 노동조건 하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월 1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07 영화산업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이번 단체협약 타결로 그동안 노동법 등 사회안전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었던 영화산업 노동 환경이 일대 전환을 맞게 됐다.
네 번째 이슈는 지난해 1300만명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괴물>이 미국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이다.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괴물>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15개 도시 71개관에서 개봉했으며 이후 35개 도시 94개관으로 확대 상영됐다. 105일 동안 218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 <괴물>은 60만 달러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유니버설픽쳐스에게 리메이크판권을 파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괴물>의 이러한 성과는 한류가 사그라들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조이뉴스24 /정명화·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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