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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살래요?"…'다큐멘터리 3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 7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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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지방소멸위험이 도사린 대한민국 현주소에 삶과 일을 찾아 시골로 내려온 청년들이 있다.

전통의 지혜가 가득한 '서천군 한산면'에서 펼쳐지는 도시 청년들과 마을주민들의 완벽조화.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해 서로에게 건네는 제안 "우리, 같이 살래요?"

15일 방송되는 KBS1TV '다큐멘터리 3일'은 어느 가을날 찾아간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72시간이다.

'다큐멘터리 3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 72시간 [KBS ]
'다큐멘터리 3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 72시간 [KBS ]

도시로 인구가 밀집되면서 국내 지방 곳곳의 고령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39%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서, 10곳 중 4곳 꼴로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이자 고향인 한 마을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맑은 금강 줄기가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 마을은 황금빛 갈대밭과 백제 역사의 건지산을 간직하며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지만, 주민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뿐이다.

2천600여 명의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이 절반, 이름만큼이나 한산한 서천군 한산면. 여느 농어촌 마을처럼 소멸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마을이 보존되어야 할 이유는 조금 더 특별하다. 중요무형문화재인 '모시짜기'와 가장 오래된 항토주인 '소곡주' 등의 고장으로서, 후대로 이어야 할 우리 문화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식생활의 근본이 되는 논밭과 시골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학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만드는 함석 가게와 대장간, 숙련공의 손맛이 살아있는 이용원까지. 모두 사라짐을 상상할 수 없는 정겨운 우리네 시골풍경이다.

◆ 청년들의 진심 어린 노크 ‘똑똑, 같이 살아요.’

사라지는 것과 지켜야 할 것의 사이. 그 길목에 놓인 서천 한산면에는 '특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대물림할 가치가 있는 한산면 전통에 공감한 도시 청년들이 모여 마을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 이름하여 '삶기술학교' 프로젝트다. 청년들은 도시에서 갈고 닦은 자신만의 기술을 전통의 지혜가 가득한 시골 마을에서 발휘하며 각자의 삶을 마음껏 실험한다. 이들은 도시에서 유지하던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꾸지도, 고수하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며 마을에 찬찬히 스며들고 있다. 동시에 마을공동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박소산 삶기술학교 삶코치는 "마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서 전통의 명맥이 끊기고 한 동네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잖아요. 어르신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 자신은 없지만 계속 여기서 삶의 터를 꾸리며 마을을 지키는 것이 제겐 중요한 일이에요"라고 말한다.

이미나 삶기술학교 삶코치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서천이 소멸위기라는 게 안타까워 알아보니 이곳에서도 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의 수요가 많더라고요. 도시의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요가 여행 프로그램도 기획했어요. 나비효과처럼 좋은 일들이 계속 퍼지고 커지는 것 같아요"라고 전한다.

◆ 마을공동체의 희망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의 프로젝트는 단순한 한 달 살기도, 흔한 마을재생도 아니다. 청년들은 이곳에 한 달 동안 머물며 한산면의 전통인 모시짜기, 소곡주 등 지역의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이들의 도전으로 전통은 새로운 옷을 입은 채 잊히지 않을 가능성을 얻고, 마을은 지속 가능한 삶의 터가 된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청년들의 시골정착 프로젝트로 서천군 한산면의 풍경은 5개월 만에 눈에 띄게 변했다. 몇십 년 간 비어 있던 유휴공간은 색을 입은 채 카페, 게스트하우스, 미술관 등의 목적을 가진 장소가 되었고, 거리에는 젊은이들의 행보로 활기가 더해졌다. 청년들을 맞이하는 마을 주민들의 소감도 다양하다. 한산하던 마을에 젊은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니 사람 사는 마을 같다는 어르신부터, 시골에서 접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아이들, 젊은 감각으로 한산의 전통이 보존될 희망을 얻게 된 명인들까지. '소멸'을 걱정하던 서천군 한산면 주민들은 이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좋은데 이렇게 마음먹고 한산면의 전통을 공부하려 하니 흐뭇하죠. 청년들이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들이 배우고 간 한산면의 전통은 도시의 누군가에게 알려질 기회가 되는 거잖아요." 방연옥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의 말이다.

김영진 한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다 허물어져 가는 마을 곳곳을 수리하면서 뭔가를 만들고 있잖아요. 정체되어있는 것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그 힘이 대단하죠. 이 청년들의 기술이 성공해서 여기서 같이 자리 잡고, 한산의 주민으로서 다 같이 살게 되면 좋겠어요"라고 ㄱ;대한다.

이동규 한산초등학교 교장은 "마을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분위기에서 한 아이, 한 아이를 소중히 키우는 게 교육자의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훗날 이곳을 떠나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마을이 지속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한산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이들이 떠나고 난 후의 허전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을주민들. 그리고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며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청년들의 특별한 동거 이야기.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72시간이 담긴 '다큐멘터리3일'의 '우리, 같이 살래요?'는 15일 밤 10시 50분, KBS1에서 만날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상호 기자 uma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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