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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의 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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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채나 기자] 2012년 여름.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군사쿠데타를 두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해 정치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을 통한 군사 독재, 헌정 파괴 등 민주주의 후퇴, 전후 대한민국을 산업화로 이끈 고도성장 등 업적을 두고 현재까지 평가가 엇갈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셨다"고 했다.

야당이 강력 반발했을 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국론도 분열됐다.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여권 유력 대선주자의 '소신'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피해자에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언급한 약산 김원봉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가 엇갈린다. 198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 광복군에 합류했고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 임시정부 국무위원과 군무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월북해 북한 고위직을 지냈고 6·25 전쟁 때 공을 세웠다면서 1952년 김일성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 공과를 떠나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사회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 김원봉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설에서도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은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 상식의 안에서 통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 한 소재를 굳이 언급했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듯, 김원봉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는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의 소신을 누군가는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당 내에서는 '빨갱이' 소리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이 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발을 산 바 있다. 본의 아니게 분열을 부추긴 셈이 된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은 셀 수 없이 많다. 대통령의 말은 그 무게감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으로 정국이 한껏 경색된 지금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더욱 중요하다.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원리 원칙도 중요하지만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통 큰 발언이 기대되는 때다.

윤채나 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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