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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번째 자식' 잃은 이웅열, 왜 침묵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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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역사비평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그는 ‘침묵은 영원처럼 깊다’라는 명구를 남긴 문필가로도 유명하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침묵의 가치는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졌다. ‘침묵은 금이다(Silence is gold)’란 격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금 코오롱그룹의 상황은 침묵은 ‘금(金)’이 아닌 ‘독(毒)’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입장에서 더 그렇다.

이 전 회장이 ‘네번째 자식’으로 치켜세우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가 터진 지 만 두 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것으로 공식 밝힌 시점은 지난 3월 31일.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판단하고 제조·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인보사의 개발사는 코오롱티슈진이고 판매 독점권은 코오롱생명과학이 갖고 있다. 이어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에 애초 신고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담긴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달 28일 식약처의 코오롱티슈진 미국 현지실사 결과를 보면 코오롱 측은 이보다 훨씬 이전에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코오롱티슈진에서 2017년 7월13일 이메일로 받은 것으로 봐서 2액이 신장세포였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전 2액 세포에 삽입된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추가 확인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미제출했다고 봤다. 또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식약처는 골관전염 치료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고, 제출 자료의 허위성을 이유로 형사고발조치도 취했다. 이 전 회장이 애지중지 키운 인보사의 결실이 수포로 돌아간 결정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과 판매권을 갖고 있던 코오롱생명과학이 환자와 주주로부터 공동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고, 검찰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식약처가 현지실사 결과를 발표한 당일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이중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인보사는 코오롱그룹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이 전 회장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공식석상에서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으로 칭할 정도의 애착을 드러냈으니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사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시작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과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을 시작한 시점은 1996년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제약사업을 낙점했다. 그룹 회장 취임 후 3년쯤인 199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했고, 이듬해 2000년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웠다.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나서기까지 20여 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개발비용만 2천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 전 회장이 깊숙히 개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전 회장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코오롱그룹 지배구조상 이 전 회장은 개인 지분과 함께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직·간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율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특히 사퇴 이전까지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등기이사를 맡으며 경영에 개입했다. 재계와 시장에서도 이 전 회장의 책임론이 점점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 이후 이 전 회장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보사를 투약받은 환자와 가족, 그리고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외면한 채 말이다. 넷째 자식을 잃은 이 전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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