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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민 편의 '나몰라라'하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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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허가해 놓고 정치논리로 오픈을 못하게 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어요. 시장 상인들 말에만 귀기울이는 정치인들 때문에 주민이 불편한 건 누가 책임질 건가요?"

경북 포항 롯데마트 두호점이 몇 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29일 현장에 방문하자 인근을 지나던 한 주민은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대형마트 오픈을 막고 있는 포항시청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롯데마트 포항 두호점 외에 이런 곳은 또 있다. 서울 상암동에서 6년째 방치되고 있는 롯데몰 부지다. 상암 롯데몰은 2013년 롯데쇼핑이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6호선 DMC역 인근 부지(2만644㎡)를 1천972억 원에 매입한 이후 6년째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개 필지 중 가장 큰 필지(8천162㎡)를 비(非)판매시설인 오피스텔로 사용하고, 나머지 2개 필지(6천162㎡, 6천319㎡)를 통으로 묶어 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합필' 방식을 제시했지만, 망원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롯데쇼핑이 지난 3월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땅을 되사달라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 4월 초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원이 면담도 했지만, 서울시는 "상생이 먼저"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요지부동이다.

서울 상암동 롯데몰 부지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상암동 롯데몰 부지 [사진=아이뉴스24 DB]

이로 인해 '소비자 편익'을 보장받지 못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일부 주민들이 서울시청을 방문해 도시계획과와 공정경제과 실무자를 만나 상암롯데몰이 들어설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 상인들보다 상암동 주민의 편익을 서울시가 더 고려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이처럼 유통규제와 지역 상인 눈치만 보는 지자체 때문에 불편이 가중되자, 소비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생'과 '동반성장'에 치우친 정부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던 소비자들은 일부 상인에 휘둘리는 정부의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있다.

이젠 이 같은 변화를 지자체도 제대로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일부 상인의 눈치를 봤던 그동안의 태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 규제만 하다간 부동산 침체, 일자리 불균형, 지방 공동화 등에 따른 '소매종말(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다는 뜻)'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지역 상인들도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을 막고 있지만, 정작 견제해야 할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안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위해 예전만큼 점포들이 늘어선 거리로 나가지 않지만, 상인들은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대책보다 유통업체의 출점 막기만 급급해 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과 유통 환경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과 지자체는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 중심에만 멈춰 있다. 변화하는 추세와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점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태다. 정치권과 지자체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이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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