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베이징 세대의 공존과 경쟁, 한국 피겨 미래는 밝다
2018.01.08 오전 9:51
'부상 극복' 최다빈·차준환, 200점 넘긴 유영까지 희망적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기쁘지만 마냥 기뻐하지 않았던, 의젓한 한국 피겨스케이터들의 올림픽 출전권 경쟁기였다.

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이 열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2장, 남자 1장의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여자는 최다빈(18, 수리고)과 김하늘(16, 평촌중)이, 남자는 차준환(17, 휘문고)이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다빈은 총점 190.12점을 받아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내 대회 200점을 돌파한(204.68점) 유영(14, 과천중)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3차 선발전 합계 540.28점을 받아 전체 1위로 올림픽 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최다빈에게는 부담이 큰 시즌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 이후 '포스트 김연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량 자체만 놓고 보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연아 없이 지난해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 10위를 차지하며 2장의 출전권을 가져오는 힘을 보여줬다. 김나현(18, 과천고)이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온 출전 기회를 살렸다. 박소연(21, 단국대)이나 김해진(21, 이화여대) 등 맏언니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며 부재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고독한 도전을 해냈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최다빈을 두고 하늘로 떠났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최다빈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선발전을 앞둔 시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다빈에게는 모든 것이 버거웠다.

새로 교체한 부츠도 맞지 않아 부상이 찾아왔다. 무거운 몸으로 연기를 하면서 어머니 생각은 더 간절했다. 그래도 최다빈은 해내야 했고 '짝짝이 부츠'로 연기에 나서 스스로 평창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최다빈 스스로도 올림픽에 대한 부담과 주변의 기대를 모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올림픽에 나가게 돼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좋아하셨을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작은 거인' 김하늘은 총점 510.27점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알려진 신장은 149㎝로 작다. 기술이나 표현력에서 심판진에 어필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하늘도 냉정한 현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동작을 좀 더 크게 해서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니들 덕분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기량도 더 주목받았다. 유영은 김연아 이후 첫 200점 돌파로 '김연아 키즈'의 선두 주자가 됐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대부분 가산점을 챙겼다. 올림픽 출전 연령대가 아니라 나서지 못하는 제도가 아쉬울 정도로 기량은 나쁘지 않았다.

유영과 라이벌인 임은수(15, 한강중)도 185.88점으로 3위를 차지했고 김예림(15, 도장중) 176.02점으로 6위에 올랐다. 미래 세대들이 언니들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평창을 지나 베이징까지 한국 여자 피겨의 희망이 밝다는 것이 확인됐다.

남자 싱글은 차준환이 드라마처럼 대역전극을 보여줬다. 차준환은 총점 252.65점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남자 선수 국내 최고점(쇼트, 프리, 총점)을 모두 갈아 치웠다. 또, 1~3차 선발전 합계 684.23점으로 이준형(682.10점)에 2.13점 차이로 평창에 가게 됐다.

차준환은 승부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줄이면서 최대한 고배점을 노렸다. 지난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용했던 '일 포스티노'를 다시 들고나와 안정감도 노렸다. 1~2차 선발전에서 고관절과 오른발목 부상으로 애를 먹었던 경험을 토대로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운영했다. 올림픽 경험 자체가 영광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올림픽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나이를 고려하면 평창에서 하뉴 유즈루(일본), 네이선 첸(미국)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의 정상급 기량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베이징에서 제기량을 꽃피우기에 적격이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두 번이나 한국 선수를 앞세워 올림픽을 경험하는 그 자체가 흥분된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는 10~12위 정도를 할 것 같다. 그것도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준형에 대한 예의도 지켰다. 맏형 이준형은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에서 따온 출전권을 1~2차 선발전까지 1위로 지켰다. 하지만, 이날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 점수가 깎였고 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갈라프로그램이 끝난 뒤 이준형은 김진서(22)의 손을 잡고 빙판을 돌며 울먹였다. 냉엄한 현실을 그 스스로 인정했지만, 눈물까지 참기는 어려웠다.

차준환도 이를 의식해 "1차전이 끝나고 이준형이 올림픽 출전권을 가져왔다. 한 장의 티켓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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